[단독] 美, 전작권 조기 전환 땐 한미연합사 해체 시사

양지호 기자 2026. 5. 2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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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능력 없이 조기 전환되면
한국 사령관 지휘 받기 어렵다”
우리 정부에 수차례 입장 전달
제이비어 브런슨 사령관이 12일(현지시각) 하와이에서 열린 LANPAC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USARPAC

주한미군이 군사적 필요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 서둘러 이뤄질 경우, 현재와 같은 ‘연합군사령부’ 구조하에서 한국군 연합사령관의 지휘를 받기 어렵다는 취지의 우려를 한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작권 전환이 한미연합사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주한미군은 일러도 2029년 1분기에나 전작권 전환 조건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이르면 내년에도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내일 전작권이 전환돼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27일 본지에 “올 초부터 미군이 ‘전작권 전환이 무리하게 조기 전환되면 기존 합의대로 미래연합군사령부를 창설해 전시에 한국군 연합사령관이 주한미군까지 지휘하는 방안이 실현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수차례 한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지난 1월 방한한 엘브리지 콜비 미 전쟁부 정책담당 차관에게 이런 우려를 보고했고, 이후 한국 측에도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사 해체’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의에 “전작권 전환 이후 강력한 연합 방위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현 연합사 체제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한미가 합의한 대로 전작권 전환 후 미래연합군사령부를 창설해 한국군 4성 장군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 4성 장군이 부사령관을 맡을 것이란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군은 북핵·미사일 위협과 중·러의 지원 가능성 등 엄중한 한반도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군이 아직 미국 기준의 지휘 통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전작권을 갖게 되면 전시에 한국군 지휘에 따라 작전을 전개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휘 체계’ 문제가 앞으로 전작권 전환 논의의 주요 쟁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브런슨 “한국은 중국 겨누는 비수”…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예고

지난해 11월 발표된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에서 양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도 주한미군의 한반도 방위 부담을 덜고 대중 견제로 역할 변경을 원하고 있어, 전작권 전환 자체는 반대하지 않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22일 공개된 미 육군대학원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중국 동부 해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면, 그들이 보는 건 아시아의 심장부에 꽂힌 비수(dagger) 같은 존재인 한국”이라며 주한미군의 대중 견제 역량을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 “고정된 항공모함”이라고 했던 데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다만 미국 측은 한국군의 전시 작전 능력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고, 기존 합의대로 주한미군이 유사시 한국군 사령관의 지휘를 받게 되는 상황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은 “한국의 지휘 통제 및 감시 정찰 능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을 강행할 경우 미군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뒤집힌 동아시아 지도 펼치며 “한국이 중심축” 지난 5일(현지시각)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미 육군대학원(Army War College)에서 연설하는 모습(오른쪽 사진)과 그가 제시한 ‘동쪽이 위를 향하도록 뒤집힌 지도(East-Up Map)’.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한반도가 아시아 대륙에서 바다 쪽으로 뻗어나가는 형태로 작성된 이 지도를 처음 공개하며 한국이 중·러를 견제하는 “자연스러운 전략적 중심축 역할”을 한다고 했다. /X

지난해 6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정부·여당은 전작권 전환을 우선 과제로 추진했고,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을 만나서 직접 “임기 내 전작권 조기 회복”을 공언했다. 이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을 ‘자주 국방’ ‘주권’의 문제로 보고 있으며, 자주파 참모들도 시각을 같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4월 미국 연방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정치적 편의주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며 “조건에 집중해야 미국이 더 안전해지고, 한국도 더 안전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전작권 전환은 정상 간의 ‘정치적 결정’이라고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은 한국이 원하는 속도대로 전작권 전환을 하려면 한미 양국 군이 하나의 사령부를 이뤄 전시 작전을 함께 하는 기존의 연합군사령부 체제 대신, 미군과 한국군이 제각각 사령부를 두고 전시에 각자 작전을 전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한미 연합사령부를 해체하고 각자 병렬적으로 군을 운용하는 방안은 과거에도 양국 간에 논의된 바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한미 양국은 2012년 4월 17일 ‘한미연합사 해체’와 동시에 전작권 전환을 하기로 합의했었다. 전시에 한국군이 작전을 주도하고, 미군이 이를 지원하되 미군이 한국군의 지휘를 받지는 않는 ‘병렬형’ 구조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한미는 전작권 전환 시점을 연기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 ‘시점’ 대신 ‘조건’을 기반으로 전작권 전환을 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미래연합군사령부’를 창설하고 한국군이 사령관, 미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현재 안에 합의했다. 미군이 타국에 지휘권을 맡기지 않는다는 ‘퍼싱 원칙’의 예외로 꼽히는 사례였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 우리 측이 ‘임기 내 전환’이란 시점을 강조하자, 한미 양국군이 함께 전시 작전을 수행하는 연합사의 존폐 문제가 다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전작권 전환으로 지휘 체계가 달라지면, 한반도 전쟁 발발시 미군의 대규모 증원 전력 파병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작계는 유사시 60만명 이상의 대규모 미군 증원전력이 연합사령관의 작전 통제를 받아 북한과 교전하게 돼있다. 하지만 미군이 전시 작전의 책임을 지지 않게 되고, 미국이 최신 국방전략(NDS)에서 주장한 것처럼 ‘결정적이지만 제한적 지원’만 하게 될 경우 대규모 미 증원전력 투입은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중·러의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본은 지난해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를 창설해 주일미군과의 연합 지휘 체계 구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전작권 전환 논의로 약 반세기를 이어온 연합사 체제가 흔들리는 한국과는 정반대다. 군 소식통은 “전작권 없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고 하지만, 시각을 바꿔 보면 한국은 세계 최강인 미국과 유례없이 통합된 군 지휘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외교가에서는 전작권 전환 이후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연합사령관뿐 아니라 유엔군사령관도 겸하는 체계 역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주일미군사령관을 3성 장군에서 4성 장군으로 격상시켜, 유엔군사령관 역할을 주일미군사령관에게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주한미군사령부가 주일미군의 하부 단위가 될 수 있다.

미군은 ‘동북아’를 담당할 ‘동북아 전투사령부’를 창설해 그 하위에 주한미군을 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사 주최로 지난해 12월 29일 열린 ‘한미 연합정책포럼’에서는 서울에 미군의 ‘동북아 전투사령부’를 창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주한미군은 본지 질의에 “한미동맹은 조건에 기반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전념하고 있고, 이러한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의 초점은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고 대한민국과 미국 본토의 방위를 보장하는 데 맞춰져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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