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구조’ 보도말뚝의 힘… 사람 부딪히면 충격 완화, 차량엔 ‘철벽’
사람과 부딪히면 충격 흡수하고, 차량이 충돌했을 땐 지지력 2배↑
폐플라스틱으로 벌집 구조 구현… 울타리-헬멧 등 기술 확대 목표

선상원 로드원 대표(40)는 “치킨의 ‘겉바속촉’처럼 약해야 할 때는 약하고 강해야 할 때는 강한 볼라드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그렇게 찾은 게 벌집(허니콤) 구조”라며 이같이 말했다. 2020년 설립된 로드원은 폐플라스틱으로 ‘벌집 구조’ 기술을 적용해 볼라드 등 교통 안전시설을 개발하는 친환경 소셜벤처다.
벌집 구조는 정육각형을 빈틈없이 이어 붙여 자연에서 가장 완벽하고 안정적인 구조로 꼽힌다. 외부의 강한 압력과 충격을 여러 벽면으로 고르게 분산하고 내부가 비어 있는 육각형 격자 형태라 무게는 가볍다.
● 세계 최초로 교통 안전시설에 ‘벌집 구조’ 적용
선 대표는 “기존 볼라드는 철재 파이프에 고무 외피를 씌운 것이라 너무 딱딱해 보행자가 인도를 걸을 때 충돌 위험을 주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반면 파이프 두께가 얇은 볼라드는 시속 10km로 오는 차도 막지 못할 수 있다”며 “기존 볼라드의 단점을 보완해 새로운 볼라드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선 대표는 “2020년 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SCI)급 학술지에 허니콤 볼라드 관련 논문을 게재했고 충격 흡수 볼라드를 특허 출원한 뒤 제품화를 추진했다”며 “벌집 구조를 교통 안전시설에 적용한 건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볼라드에 삽입된 벌집 구조체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만들었다. 그는 “처리하기 어려운 폐기물을 재활용해 다시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 같은 제품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2022년 신기술(NET)과 재난안전제품, 혁신제품 등의 인증을 받았다. 2023년에는 우수 조달물품으로 지정돼 조달청을 통해 공공기관에 공급되고 있다. 2022년부터 서울 중구, 영등포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등 60곳에 꾸준히 납품하고 있다. 매출액은 2024년 8억8000만 원에서 지난해 12억8000만 원으로 늘었다.
● 미국, 중동 등으로 수출도 앞둬
로드원은 볼라드 외에도 가드레일 단부 장치, 울타리, 지주 구조 시설물, 헬멧 등으로 벌집 구조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교통 안전시설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폭발 방지 장치 등 다양한 충격 흡수 제품도 개발할 예정이다.
로드원은 지난달부터 SK가 설립한 사회적 기업 행복나래의 SE컨설턴트 지원을 받고 있다. SE컨설턴트는 SK그룹 임원 출신 멘토와 소셜벤처 최고경영자(CEO)를 연결해 기업 성장을 위한 경영 자문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선 대표는 품질관리 체계 고도화와 조직 운영 효율화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받기 위해 SE컨설턴트에 직접 지원했다.
그는 “대기업 근무 경험과 현장 경험이 많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을 삼고 싶었다”며 “품질, 조직, 인력 관리, 마케팅, 전략 등 다양한 분야의 컨설팅을 받고 있고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로드원은 수출도 앞두고 있다. 선 대표는 “바다에 버려진 폐플라스틱의 염분기를 제거해 안전모 등으로 만들어 기억에 남는 회사가 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며 “미국과 중동 수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행복나래 본부장은 “로드원처럼 사회적 가치와 기술 혁신을 함께 추구하는 기업들이 경영 현안을 해결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SE컨설턴트 사업을 통해 실질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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