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 깜이 되나” “오세훈 그만할 때”… 부동산 표심 요동친 한강벨트 [르포]
정원오 체급론 vs 오세훈 피로감
정권 견제론, 국힘 심판론도 얽혀
마포·용산·강동 바닥 민심 '팽팽'
GTX·서소문 등 책임론 막판 쟁점

#1. "구청장부터 서울시장까지 다 바꿔야죠." 6·3 지방선거를 일주일여 앞둔 26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 후암미주아파트 앞에서 만난 '용산 토박이' 이정학(가명·56)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22년 지선 때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으로 각각 국민의힘 오세훈·박희영 후보를 뽑았다. 재개발·재건축에 적극적인 국민의힘을 뽑아야 당시 입주한 지 42년이 넘은 후암미주아파트 재건축에 속도가 붙을 거라 판단했었다. 하지만 4년간 바뀐 게 없자 민주당 정원오·강태웅 후보에 표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는 "건너편 동후암동은 남산 고도제한 규제를 일부 풀어줬는데 여긴 그대로"라며 "주민 상당수가 민주당에 기회를 주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2. "이재명 대통령한테 속았죠." 같은 날 용산구 이촌동에서 만난 60대 문모씨의 토로다. 보수 성향이라는 그는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통령에 한 표를 던졌다. 12·3 불법 계엄을 저지른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감,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시사한 이 대통령에 기대감이 얽힌 결과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이촌동 재건축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대출 제한 등 각종 규제로 '올스톱' 상태라는 게 그의 얘기다. 문씨는 "오 시장이 재건축 속도를 내려고 해도 정부가 막고 있다는 걸 주민들도 알고 있다"며 "인물만 봐도 구청장 출신 정 후보가 서울시장 '깜'이 되느냐는 얘기가 많다"고 했다.

재건축 신임 투표?

한국일보가 26, 27일 '한강벨트(마포·용산·성동·영등포·동작·광진·강동구)' 내 용산·마포·강동구 유권자 30여 명을 인터뷰한 결과, 민심은 안갯속이었다. 최대 현안은 부동산이었지만, 여야 약점이 얽히고설키며 표심이 쏠리지 않는 모양새였다. 민심의 한 축엔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과 '신인' 정 후보의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다른 한 축엔 국민의힘 심판론과 5선에 도전하는 오 후보에 대한 피로감이 팽팽히 맞섰다. 뚜렷한 비전 없이 재개발·재건축 속도전만 부르짖는 두 후보를 향해 "서울 전체를 공사판으로 만들 셈이냐"며 싸잡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강벨트는 서울시장 선거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특정 정당으로 지지세가 쏠리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와 달리 이곳은 구도심과 신축 아파트 단지, 대학생과 자영업자, 3040 직장인과 고령층이 공존하는 스윙보터 지역이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지가 많아 유권자들이 이념보단 부동산 실리에 따라 움직이는 민심 최전선이기도 하다. 실제 표심 또한 역대 선거마다 널뛰었다. 2022년 대선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강벨트 7곳을 모두 석권했지만, 3년 뒤인 지난해 대선에선 이 대통령이 용산을 제외한 6개 지역에서 승리했다.
한강벨트 안에서도 대표적 스윙보터 지대로 꼽히는 마포 민심 또한 팽팽했다.
'동마포'로 불리는 공덕·아현동 등 일대는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곳이다 보니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근처에서 만난 정모(63)씨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공시가격 상승 등을 거론하며 "열심히 돈 벌어 집 산 건데 왜 죄인 취급하느냐. 서울까지 민주당이 먹으면 다 쥐고 흔들 것"이라고 오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부동산을 하는 김해수(54)씨는 "이 동네는 있는 사람이 많다 보니 정부 욕을 많이 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반면 아현동 마포더클래시에 사는 정모(39)씨는 오 후보 역점 사업인 한강버스, 감사의 정원을 언급하며 "너무 독불장군 같다"고 했다. 북아현동 e편한세상신촌 근처에서 가게를 하는 신은영(52)씨도 "(오 후보가)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주민들도 '오세훈이 안 될 거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강북 최대 재건축 단지 성산시영 아파트(3,710가구·1986년 준공)에선 이번 선거가 오 후보의 정비사업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방불케 했다. 김상호(67)씨는 "내부 배관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라며 "누가 재건축을 빨리해줄지만 보는데, 오세훈을 밀어주는 게 맞다"고 했다. 반면 이곳에서 33년 거주했다는 60대 유모씨는 "박원순 때 인허가 난 것도 안 되고 있는데 오 후보가 제대로 한 게 뭐가 있느냐"고 했다.

정권 견제, 국힘 심판 '팽팽'… 안전도 쟁점
한강벨트 전역에서 정 후보는 정권 견제론에, 오 후보는 야당 심판론에 일정 부분 발목이 잡혀 있는 모양새였다.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 만난 김모(63)씨는 "민주당이 마음대로 하는 경향이 있어 서울만이라도 견제가 됐으면 한다"며 오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마포구 중동 DMC마포청구 아파트에서 만난 주민(70)은 "오세훈이 서부권 개발한다고 해놓고 손도 안 댔다"면서도 "한쪽으로 치우치면 나라가 망가진다"며 오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반면 용산구 후암동 정육점에서 일하는 남희덕(53)씨는 지난해 대선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다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보면 오 후보를 도저히 찍을 수 없다"고 했다.
최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삼성역 구간의 철근 누락에 이어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까지 터지면서 안전 문제도 선거의 쟁점으로 부각됐다. 강동구에 사는 정모(25)씨는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인데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게 충격적"이라며 "서울시 책임"이라고 했다. 또 다른 강동구 주민 노금래(44)씨는 "민주당에서 세월호·이태원 참사 당시 여당·대통령 책임을 주장했던 것을 생각하면 서소문 참사에도 현 정부의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김지현 인턴기자 bem2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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