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제5영역] AI에 기댈수록 점점 혼자가 되다
수다 없어지고 글도 안 읽어… 똑똑해지는데 ‘헛헛’
노트북 화면을 열어놓고도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의 단축키를 눌렀다. 요즘 생긴 습관인데, 구글 검색창을 여는 게 영 귀찮아지면서다. 그냥 말로 인공지능(AI)에게 시시콜콜한 걸 물어보면 답이 바로 나온다. 그것도 복잡한 질문이면 거의 한 페이지짜리 보고서 수준으로.

이젠 심지어 댓글도 안 읽는다. 예전엔 뭔가 찾아볼 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가 참 궁금했다. 뉴스 댓글창의 싸움 구경은 물론이고, 카페나 블로그 글에 원글보다 더 정성스러운 댓글이 달리는 걸 보면서 세상에 참 훌륭한 사람들이 많구나 감탄도 했다. 물론, 그냥 웃기기만 한 댓글도 있었다. 어쨌든 내게 예전의 인터넷은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지금 우리는? 이제 사람들은 AI에게 그냥 말을 걸어 결과를 요구한다. AI는 처음엔 사람처럼 문장으로 대답을 들려줬지만, 어느새 사진과 음악, 기가 막힌 영상까지 보여주더니 이젠 웬만한 업무도 대신 처리해 준다. 조만간 AI가 로봇을 이용해 우리 일상생활마저 제어해 줄 기세다.
모든 걸 AI가 대신해 주면서 내 습관도 따라 변했다. 우선 직접 찾아가서 읽는 페이지가 줄었다. 댓글 창의 싸움 구경도 거의 하지 않는다. 웃기는 댓글 장난을 보면서 키득거리는 일은 더더욱 없다. 그저 AI에게 뭔가를 계속 물어보고 지시할 뿐이다. 더 똑똑해지는 것 같은데, 어딘가 헛헛하다.
심지어 실리콘밸리에서는 AI에게 더 많이 물어보고 지시하기 위해 최근 대화창에 타자를 치는 대신, 직접 소리 내 말하는 유행이 시작됐다고 한다. 말로 하는 입력이 타자보다 두 배 이상 빠르기 때문이다. 전염병이 끝난 지 오래이지만 여전히 재택근무가 선호되고, 서로의 혼잣말(AI와의 대화)이 들리지 않도록 멀찍이 떨어져 앉거나,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쓰는 경우도 훨씬 늘었다.
그러니까 이제 우리는 AI와 대화하기 위해 점점 더 혼자가 되고 있다.
최근 트위터의 창업자 잭 도시는 자신의 회사 블록에서 1만명의 직원 가운데 4000명을 해고했다. 회사를 AI에 맞춰 개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직원들이 주고받는 이메일과 메시지, 회의 녹화본과 보고서 등을 AI가 읽고 정리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기존에는 중간관리자가 조직의 성과를 정리해 경영진에게 보고했지만, 앞으로는 권한 있는 직원 주구나 AI에게 회사 전체에 관해 설명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게는 ‘전능한 비서’를 옆에 두고 싶은 욕망처럼 들렸다.
AI에 열광하는 낙관론자들의 이상향이 이런 것이다. 오직 나만을 위해 AI가 모든 번잡한 일을 대신해 주는 세상. 그 번잡한 일에는 직장 동료 사이의 수다, 댓글에 남았던 농담, 남을 위해 긴 글을 적는 수고 같은 일들이 들어간다. 난 좀 번잡하게 사는 세상이 더 좋을 것 같다.
김상훈 실버라이닝솔루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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