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만으론 김도영의 허기를 달랠 수 없다

2024년 40도루 찍었지만 작년 햄스트링 부상 탓
올시즌 단 2번에 그치고 타격 페이스도 들쭉날쭉
13홈런 단독선두에 OPS는 0.930
리그 최상급 성적에도 마음 한켠엔 아쉬움
49경기 타율 0.274 13홈런 41타점 33득점. 출루율(0.377)과 장타율(0.553)을 합친 OPS는 0.930.
여느 타자라면 매우 뛰어난 리그 최상급 성적이지만 김도영(23·KIA)의 것이라니 욕심 같은 아쉬움이 생긴다. 어마어마했던 2024년 이후 다시 풀타임 시즌을 건강히 뛰고 있는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게 없지만, 김도영을 바라보는 눈높이는 이미 너무 높아지고 말았다.
누구보다 김도영이 만족하지 못한다. 정규시즌 MVP를 수상하고 KIA가 우승했던 2024년 “슬럼프가 올 거라면 동료 타자들이 전부 잘 치고 있는 지금 오면 좋겠다”고 한 적도 있을 만큼, 부상 외에는 딱히 부진한 적 없던 김도영은 최근 슬럼프와 처음 만났다. 홈런 1위고, 시즌 초반에 비해 타율도 많이 올렸지만 개막 이후 만족스러운 날은 없었다. 스스로만 느낄 정도로 조금씩 낮아지던 타격 감각의 그래프는 지난주 5경기에서 17타수 3안타에 그치며 뚝 떨어졌다.
김도영은 지난 26일 고척 키움전에 앞서 “타율도 많이 올렸지만 좋을 때에 비하면 한참 아쉽다. 계속 천천히 안 좋아지고 있던 것을 간절함으로 조금씩 그 속도를 늦췄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많이 안 좋다. 원래 안 좋을 때는 아예 공을 못 맞히는데 지금은 공이 맞아나가고는 있다. 여기서 아예 바닥을 찍느냐 다시 반등하냐, 나 하기에 달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재 김도영이 쓰고 있는 최상급의 기록 안에는 ‘희비’가 있다. 김도영은 지금 자기 야구를 다 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40도루를 찍었던 김도영의 올시즌 도루는 실패 없는 2개다. “홈런보다 도루가 좋다”던 김도영은 지금 마음껏 뛰지 못한다. 지난해 햄스트링 부상으로 30경기 출전에 그쳤다. 또 다치면 큰일이다. 뛰고 싶은 욕구를 반강제로 자제하는 시즌이다. 김도영은 강공을 예상할 때 번트를 대 내야안타를 만들고, 병살타가 뻔한 상황에서도 전력으로 달려 1루에서 세이프를 만드는 타자다. 안 좋을 때는 그런 식으로 감을 찾기도 했다. 하던 방식의 야구를 하지 못하는 것도 잔잔히 움직이는 이 타격 페이스에 영향을 미쳤는지 모른다.
김도영도 “예전에 서건창 선배님이 ‘너는 뛰면서 얻는 에너지가 타격으로 나오는 스타일’이라고 하셨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작년 공백이 큰 것 같다. 2024년에 시즌을 그렇게 잘 마치고 프리미어12까지 분명히 좋게 끝났는데 1년을 쉬어서 안 좋은 습관들이 몸에 밴 것 같다”고 했다.
심한 감기까지 찾아왔다. 기침과의 싸움을 하며 이날 키움전에 나선 김도영은 4타수 2안타 3타점을 올렸다. 6경기 만에 멀티안타와 타점을 기록했다. 이런 간격 또한 낯설다.
2-0으로 앞서던 7회초 2사 만루에 2루타를 쳤다. 맞은 순간 좌측 높이 떠 쭉 뻗은 타구에 모두가 홈런을 예감한 순간, 김도영도 잠시 멈춰 타구를 바라봤다. 그러나 워낙 강했던 타구는 아슬아슬하게 펜스에 맞고 크게 튀었다. 주자 셋 모두 홈을 밟았고 조금 늦게 달려나간 김도영은 2루에 세이프 됐다. 나름의 슬럼프 과정, 밟고 일어서느냐 다시 주저앉느냐의 경계에서 싸우고 있는 김도영의 머릿속을 보여준 장면이다.
경기 뒤 김도영은 “타구를 감상한 게 아니고, 사실 2년 전이었으면 넘어갔을 타구라 약간 갸우뚱했다. 이 정도는 넘어가겠다 생각했다”며 “장타 욕심이 생기기도 했던 것 같다. 홈런 1위이기도 하다보니 어느새 장타를 쳐야 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활약으로 단숨에 좋아지기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대형 타구를 치고도 김도영은 “확실히 감이 올라오지는 않았다. 감각이 좋아지는 때가 분명히 몇 번은 올 거다. 그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급하게 마음먹지 않으려고 한다. 언젠가부터 내가 못 즐기고 있는 것 같다. 결과에 휘둘리지 않고 좀 더 밝게 해보겠다”고 웃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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