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치 지방선거 출마한 듯한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부산에서 열린 ‘바다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부산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해양 수도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해사 전문 법원과 동남권 투자 공사 설립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바다의 날은 5월 31일인데 행사 날짜를 앞당겼고 장소도 작년 서울에서 올해 부산으로 바꿨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부산 남항시장 곳곳을 둘러보며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점심을 먹었다. 전날에도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부산 재래시장을 연이틀 방문한 것이다. 부산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 동선과 다를 게 없다.
이 대통령은 이달 들어 부산·경남 지역을 4차례 방문했다. 지난 13일 울산에선 조선업 행사에 참석하고 남목마성시장을 찾았다. 23일엔 김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뒤 외동전통시장으로 갔다. 26일엔 창원에서 국방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부산 시장을 찾았다. 역대 대통령 모두 선거에 개입하기는 했지만 조심하는 모습은 보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너무 노골적이다. 지역 발전 관련 메시지를 내면서 재래시장을 도는 것은 선거 유세나 다름없다.
부산·울산·경남은 이번 선거 격전지로 꼽히는 곳들이다. 초반엔 민주당 후보들 지지율이 앞섰지만 지금은 좁혀졌다는 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그러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선거운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선거법은 대통령의 정치 중립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선거 간여 금지는 그 핵심이다. 역대 대통령 모두 이 규정을 철저히 지키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선거 운동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이 많이 당선됐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정치 중립 위반으로 결정했다. 지금 이 대통령의 움직임은 이 발언보다 몇 배는 더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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