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징후에도 무방비 투입…‘절차 지켰나’ 서울시 겨눈 검경

류인하·노도현·김희진 기자 2026. 5. 2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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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원인·책임 규명 수사 속도
붕괴 현장 합동정밀감식 경찰과 서울시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사고 현장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사전진단 생략에 시 “거더 균열, 공공비계에 가려 육안 확인” 해명
KTX 지나는 위험 구간 별도 안전조치 안 해…검찰도 전담팀 구성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사고 전 이상징후가 있었지만, 책임감리단장과 현장소장 등 관계자들은 사전진단 등과 같은 안전조치 없이 현장에 투입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구간은 철도가 매일 지나는 곳이지만, 별도 검토 없이 다른 구간과 동일한 방식으로 철거가 진행됐다.

2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날 새벽 고가차도 상판 하중을 떠받치는 ‘거더’가 29㎜가량 내려앉아 이미 붕괴 징조가 있었음에도 서울시 직원, 감리단장, 안전진단 전문가 등 관계자 9명은 다리 밑으로 들어가 눈으로 균열을 확인하다 참변을 당했다. 당시 이들은 안전모와 방진복만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추가 안전조치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려면) 서소문 고가 9번 슬래브(상판) 거더의 균열 상태 등을 확인해야 하는데 당시 공중비계(가설 작업 발판)가 초근접해 설치돼 있어 외부에서 볼 수가 없었다”며 “책임감리단장 등이 위험성 판단을 위해 직접 다리 밑으로 들어가 상태를 확인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오전 1시30분쯤 현장 철거 작업자가 9번째 슬래브 절단 작업을 시작했으나 1시간 뒤인 2시30분 거더 처짐을 발견하고 공사를 중지했다. 이들은 추가 처짐을 막기 위해 거더에 강판(플레이트) 연결 작업을 한 뒤 현장을 빠져나갔다. 원래 사고 구간은 오전 1시30분부터 4시30분까지 하루 3시간만 작업하도록 서울시와 국가철도공단이 협의해 이전에도 낮 철거 작업은 없었다.

책임감리단장 등 관계자들이 현장을 다시 찾은 것은 오전 10시50분이다. 이들은 현장에서 대책 마련 회의를 했다. 서울시는 책임감리단장 의견에 따라 당일 오후 1시40분 서울시 관계자 3명과 안전진단 전문가 2명, 외부 전문가 1명, 현장소장, 감리단장, 구조 분야 비상주 감리 등 9명을 모아 현장에 들어갔다가 53분 뒤 사고를 당했다. 숨진 책임감리단장, 현장소장 등 3명은 사고 당시 다리 아래(9번 슬래브 쪽)에서 균열 등을 파악하고 있었다.

임 본부장은 “사전진단 없이 현장에 진입한 이유는 파악이 필요하다”면서도 “현장 책임감리 의견이 제일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기 때문에 그 의견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거나 드론을 띄워서 파악이 가능한 상태였다면 그렇게 했겠지만 해당 균열 부분은 공중비계로 가려져 있었다”고 했다. 거더의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설계 시 크게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고 현장에서도 거더 자체가 무너지는 사고가 있으리라고는 당시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한다”고도 말했다.

서울시는 또 철거업체가 제출한 철거계획서에선 서소문 고가를 구성하는 총 19개 슬래브 모두 철거 시 안전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진단했다고 밝혔다. 사고 구간은 경의·중앙선 열차 및 KTX가 매일 지나다니는 곳으로, 다른 구역에 비해 노후화 및 피로도가 더 높았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에 대한 별도 안전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임 본부장은 “조사를 통해 확인할 부분”이라면서 “철거계획 자체는 해당 구간에 거더별로 해체하는 방식으로 제안됐다”고 설명했다.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날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로부터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공사 관련 안전관리계획서 등 서류를 임의 제출받았다. 경찰은 이날 0시부터 오전 4시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업안전보건공단 등과 함께 사고 현장에 대한 합동 정밀감식도 진행했다. 경찰은 철거 과정에서 규정과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등을 살펴볼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안전수칙 위반이나 사고 예방 의무 이행 소홀 등을 발견하면, 서울시와 시공업체의 관리 책임 여부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검도 소재환 형사5부장을 팀장으로 중대재해사건 전담 부서인 형사5부 소속 검사 4명과 수사관 6명 등 총 11명 규모의 전담팀을 꾸렸다. 소 부장검사는 대검찰청 ‘안전사고 분야’ 공인 전문 검사다.

류인하·노도현·김희진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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