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 없이 사망사고 노출 ‘선 넘은 한국도로공사 영상’

마주영 2026. 5. 2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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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예방 위해 전국 휴게소 송출
아이들도 시청… 트라우마 유발
“내용·수위 조절 방식 논의할 것”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구리휴게소(일산 방향)에 있는 태블릿 모니터에서 교통사고 예방 캠페인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독자 제공

최근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이하 제1순환로) 구리 간이 휴게소에 들른 30대 A씨는 남자 화장실 벽면 모니터에서 재생된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 현장이 모자이크 처리나 편집 없이 그대로 나왔기 때문이다. 영상 안에는 집 채 만한 트럭이 종잇장처럼 찌그러지거나 터널 안에 갇힌 탱크로리 차량에 불길이 번지는 장면 등이 담겨 있었다. 화면 아래 덧붙은 사망자와 중상자 수는 해당 영상이 실제 사고 장면을 기록한 것임을 실감케 했다.

A씨는 “도로 위 사고를 조심하라는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는 이해가 간다”면서도 “같은 의도라도 뉴스는 사고 장면을 편집하거나 끊어서 보여주지 않느냐. 아이들도 지나다니는 공간에서 참혹한 사고 현장이 여과없이 노출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영상은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제작한 것으로, 제1순환로를 비롯해 도공서울경기본부가 관할하는 고속도로 주유소 내 간이 휴게소 13곳을 비롯해 전국 휴게소에서 송출되고 있다. 고속도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경각심과 안전 의식을 갖게 한다는 취지에서 제작한 홍보 영상이다.

문제는 영상에서 사고 장면이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통상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은 재해나 사고를 직접 겪은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것을 말하지만,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사고를 접하기 쉬워지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트라우마를 유발하기도 한다. 앞서 서울 이태원 참사와 전남 무안공항 참사 이후에도 SNS를 통해 사고 장면을 접한 시민들이 간접 트라우마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고 장면이 담긴 영상을 한 번 본다고 해서 트라우마가 생긴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반복적으로 본 사람이나 교통사고 관련 피해를 겪은 이에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시각은 신체 다른 기능보다도 종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트라우마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무엇보다 피해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경각심을 심어준다는 이른바 ‘충격 요법’이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도공 관계자는 “도공에서 수위 조절을 위한 회의와 편집을 거쳐 제작한 영상이지만, 경각심을 주기 위해 만든 것이다보니 일부 자극적인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며 “영상물 내용과 수위 조절 방식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마주영 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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