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부 해양수도권’에서 새로운 미래를 열자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 2026. 5. 2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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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경제는 바다의 중요성을 다시금 절실히 확인하고 있다. 중동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제 물류와 에너지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세계 교역의 80% 이상이 바다를 통해 이루어지는 만큼, 이러한 상황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도 크다. 이제 해상 공급망 안정은 국제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가 됐다.

수출입 화물의 99.7%를 해상운송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역시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이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바다가 흔들리면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해양력과 해양안보가 단순한 산업정책을 넘어 국가의 생존전략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그 어느 때보다 절감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새로운 기회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읽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1960년대 제3차 중동전쟁과 수에즈운하 폐쇄는 해운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선박들이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운항거리가 크게 늘어나자, 글로벌 해운선사들은 한 번에 더 많은 원유를 운송할 수 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투입하며 위기에 대응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전환과 산업구조 변화, 기후변화와 국제환경규제 강화는 분명히 큰 도전이다. 위기 속에 숨겨진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기회로 바꿔내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해양수산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북극항로 개척’은 그 대표적 사례다. 기후변화로 북극 해빙 감소가 빨라지면서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북극항로’를 선점하고, 이를 기반으로 ‘남부 해양수도권’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북극항로는 부산항에서 수에즈운하를 거쳐 로테르담항까지 가는 기존 항로보다 운항거리가 35%나 단축된다. 선박이 통항할 수 있는 기간도 현재 2~3개월에서 10년 후면 4~5개월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정세와 같이 특정 바닷길이 막히는 경우 글로벌 공급망과 산업지형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대안 항로로서의 가치 또한 높아지고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이고 면밀하게 준비해나가야 한다.

해수부는 이러한 해운물류 패러다임 전환에 착실히 대비하고 있다. 올해부터 민간 해운기업과 협력해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추진하고, 북극항로 화물을 처리할 항만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남부 해양수도권에 해양금융·해사법률 등 고부가가치 해양 연관 산업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메가특구, 기회발전특구 등과 연계한 패키지 지원도 추진한다. 항만·물류산업의 AI 전환, 해양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과 특성화 인재 육성도 빠짐없이 지원할 계획이다.

남부 해양수도권은 남해안과 동해안을 연결하는 대한민국 해양경제의 핵심 축이 될 것이다. 조선·해양, 자동차, 방산 등 우리 수출의 20%를 책임지는 제조업 생태계가 이미 이 권역에 자리하고 있다. 북극항로가 활성화될수록 이 지역은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 거점이자 ‘해양수도권’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추게 된다. 정부가 바다의 가치와 가능성을 되새기기 위해 5월31일을 ‘바다의날’로 지정하고, 매년 각종 기념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유라시아대륙의 끝자락에 놓인 변방의 나라가 아니다. 바다를 통해 세계와 연결되는 대륙의 출발점에 선 해양국가이다. 삼면이 바다로 열려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이 가진 가장 큰 축복 가운데 하나다. 남부 해양수도권을 중심으로 바다에서 더 큰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그것이 급변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길이며,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는 길이기도 하다.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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