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세계 경제 전망이 남긴 숙제 [세상읽기]


장영욱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우리 연구원은 1년에 두번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한다. 이번 5월 발간된 보고서는 2026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0%로 예상했다. 지난해 성장률(3.4%)보다 조금 떨어졌고 팬데믹 이전 10년 평균(3.7%)보다도 꽤 낮다.
올해 세계 경제를 고전하게 만드는 요소는 수없이 많았다. 2월 말 터진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해협 폐쇄 장기화는 원유, 천연가스부터 나프타, 비료, 식량까지 핵심 물자의 공급망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올 초 있었던 미국의 상호관세 무효화 판결과 이어지는 대체 관세 부과 때문에 세계 교역의 불확실성이 지속되었다. 전쟁 수행을 위한 국방비 증가, 에너지 충격에 대응한 추가 재정지출에,통상 환경 변화에 대비한 산업정책 수요까지 더해지며 정부부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재정 여력이 축소되고 있다. 전쟁발 인플레이션과 이를 막기 위한 금리 인상 우려는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 된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3.0% 성장이라는 전망치를 유지한 것은 전적으로 인공지능 덕이다.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인공지능·반도체·로봇 등 첨단산업의 설비 투자가 증가하면서 올해 첫 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더 좋게 나왔다. 데이터센터,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최적화 서버 등 인공지능 인프라 분야의 대규모 투자는 한동안 이어지며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은 수요뿐 아니라 공급 측면에서도 성장을 뒷받침한다. 인공지능 도입으로 인한 업무 자동화와 비용 절감은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즉,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경제 충격을 인공지능 분야 기술 혁신이 흡수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가별 전망을 보면 이 추세가 더 잘 보인다. 인공지능 투자의 중심에 있는 미국은 오락가락 통상정책과 장기화하는 전쟁에도 불구하고 2.0%의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첨단산업에서 빠르게 ‘굴기’하는 중국과 반도체 수요 반사이익을 본 한국과 대만 역시 불안한 세계 경제 상황과 더딘 내수 회복 중에도 성장률이 종전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술 혁신에서 뒤처진 유럽은 공급망·고유가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으며 1% 미만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세계 경제 전망은 두가지 교훈을 준다. 첫째는 기술 혁신의 반사이익에 안주하지 말고 세계 경제 질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통상정책의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는 분명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이다. 이번에 충격을 흡수한 기술 혁신 역시 촘촘히 짜인 글로벌 공급망 덕분에 가능했다. 인공지능 인프라에 필수적인 반도체만 봐도, 미국·일본·대만·네덜란드·한국·중국 등 비교우위에 따라 형성된 공급망 덕분에 원자재부터 중간재까지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었다. 한편, 앞으로 급증할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문제를 해결하려면 에너지 공급망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만약 트럼프의 계획대로 반도체에 대규모 관세를 매기거나, 전쟁이 조기에 끝나지 않아 에너지 가격 충격이 지속된다면 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결실도 기대만큼 거두기 어렵다. 자유롭고 안정적인 세계 경제 질서의 회복은 지속가능한 기술 혁신의 필수조건이다.
둘째는 인공지능 연관 산업과 비연관 산업 사이 격차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덕분에 전체 성장률은 양호해 보이지만 서두에 지적한 충격 요인이 인공지능 외 분야에서 소득 감소와 투자 위축의 원인이 됨은 부인할 수 없다. 충격에 대비할 여력이 적은 저소득층·청년층·중소기업·소상공인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증거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고로 높다 하고 코스피도 8000을 넘었지만, 그 이면에는 유가 충격에 의한 저소득 가구와 영세사업체 피해, 전자통신 외 산업의 수출 부진, 점점 벌어지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청년층과 임시근로자 위주의 고용 감소가 있다. 최근 삼성전자 성과급 문제와 청와대 정책실의 국민배당금 논란에서 보듯 불균형한 성장의 결실을 나누는 것은 이미 첨예한 쟁점이 되었다.
인공지능 기술 혁신 성과에 취해 그 이면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세계 경제 질서 변화 대응과 공정한 분배의 문제는, 앞으로 한국 경제가 반드시 풀어야 할 두가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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