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극3특 선도 모델, 남부 해양수도권 육성 [왜냐면]

한겨레 2026. 5. 2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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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이 27일 부산 영도구에서 열린 제31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청년과 지역에 힘이 되는 해양수도권’을 주제로 대국민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병헌 | 광운대 교수·지방시대위 5극3특위원장

전세계 원유 소비량의 20%, 우리나라 수입량의 70%가량이 통과하는 해상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유가는 급등했고, 해운 운임도 치솟았다. 에너지와 수출입 물동량 대부분을 바다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에서 해상 물류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까. 그 답은 동남권에 있다. 우리나라 기반 산업이 집적된 동남권은 세계적 수준의 항만 인프라 위에 부산의 해운·물류, 울산의 에너지, 경남의 제조·조선 산업이 각기 강점을 쌓아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흩어진 경쟁력을 하나의 대규모 경제 생태계로 통합하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주력 산업, 규제 개혁, 기술 혁신, 정주 여건, 인재 양성을 아울러 동남권의 잠재력을 실질적인 성장으로 연결하는 정책 비전과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정부는 이러한 인식 아래 동남권을 기업과 인재, 자본이 모이는 기회의 공간으로 육성하는 ‘남부 해양수도권 육성방향’을 발표했다.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한 추진 과제는 다섯가지다. 첫째는 북극항로 선점과 자원·에너지 공급망의 다변화다. 부산~로테르담 거리를 수에즈 항로 대비 약 30% 이상 단축시키는 북극항로는 미래의 황금길이다. 시범 운항을 시작으로 정기 서비스 개설, 규모의 경제 실현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북극권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북극 자원 개발 사업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중동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둘째는 메가 특구 지정을 통한 규제 개혁이다. 동남권 일대를 메가 특구로 지정해 과감한 규제 완화와 세제·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해양 금융과 해사 법률 산업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의 토양을 다져야 한다. 항만이 화물을 거쳐 보내는 단순 하역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자금 조달과 분쟁 해결, 보험 서비스가 집적된 해양 비즈니스 허브로 거듭날 때, 동남권은 진정한 해양 경제의 중심지가 된다.

셋째는 인공지능(AI) 전환을 핵심 기술로 하는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다. 국가산업단지의 인공지능 전환을 가속화하고, 제품 설계부터 생산, 선적까지 동남권에서 완결하는 수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해양 물류와 첨단 제조업의 결합은 새로운 가치 창출의 플랫폼을 만들어 낼 것이다.

넷째는 부산·울산·경남 1시간 생활권 조성과 광역 연결망 강화를 통한 정주 여건 조성이다. 광역철도와 도로망을 확충해 부·울·경을 1시간 내외로 잇고, 수도권 및 호남·충청권 등과 연결을 강화하여 동남권을 사람과 기업이 자유롭게 오가는 하나의 통합 경제권으로 묶어야 한다. 세 지역이 경쟁이 아닌 협력 체계로 움직일 때, 해양 수도권이라는 공간은 비로소 완결성을 갖는다.

다섯째는 글로벌 수준의 교육 여건 조성을 통한 인재 양성이다. 지역 대학을 글로벌 연구 거점으로 육성하고 초·중등 학교의 교육 환경을 조성하여 산업 현장이 필요로하는 우수 인재를 길러내는 동시에 계속 살고 싶은 매력적인 정주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인재가 모여야 기업이 따라오고, 기업이 따라와야 지역이 살아난다.

이 다섯가지는 각각 독립된 과제가 아니다. 서로 연결되어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하나의 시스템이며, 이재명 정부의 국토 공간 대전환 계획인 ‘5극3특’ 전략과도 그 맥이 닿아있다. 부·울·경의 자원들이 해양 수도권이라는 ‘공간’에 어우러져 시너지를 만든다면, 동남권이 대한민국 균형성장의 선도사례로 자리매김하고 나아가 전세계 해양 경제의 새로운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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