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친서방 행보 아르메니아에 "석유·가스 공급 끊겠다" 위협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러시아가 친서방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는 옛 소련 국가 아르메니아에 대해 석유·가스 공급까지도 끊을 수 있다며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세르게이 치빌료프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아르메니아 측에 보낸 서한에서 "아르메니아가 유럽연합(EU) 가입을 계속해 추진할 경우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와의 가스·석유제품·다이아몬드 등의 무관세 공급 협정을 잠정 중단하거나 파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치빌료프 장관은 "아르메니아의 추가적 EU 접근은 (러·아르메니아) 양자 통상·경제 및 투자 협력 기반에 위협을 제기한다"면서 이같이 위협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3년 체결된 협정에 따라 아르메니아에 가스·석유제품·다이아몬드 등을 수출 관세없이 러시아 내수가격으로 공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아르메니아는 가스의 85%, 석유제품의 62%, 다이아몬드의 5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의 이같은 경고는 최근 아르메니아가 EU 및 미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아르메니아는 이날 미국과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을 방문해 아라라트 미르조얀 아르메니아 외무장관과 만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번 협정에는 원자력 분야 및 주요 광물 관련 협력, 아르메니아 남부를 가로지르는 교통·물류 회랑(TRIPP) 건설 추진 등이 포함됐다.
특히 옛 소련 시절 러시아에 의해 건설된 아르메니아 원전을 미국산 소형모듈원자로(SMR)로 교체하는 사업을 검토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 아르메니아 서부 메차로프 인근에는 소련 시절에 지어진 러시아제 원전이 부분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소련제 VVER-440 원자로 2기로 구성된 이 원전은 1988년 아르메니아 대지진 이후 안전 우려로 모두 가동 중단됐다가 1995년 에너지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2호기만 재가동에 들어가 운용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 새로운 원전 건설을 제안했지만, 아르메니아는 다른 대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르메니아는 자국 영토에 러시아 군사기지를 두고 있고,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 국가들의 군사협력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는 물론 옛 소련권 경제협력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에도 참여하는 등 군사, 경제적으로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하지만 2022년 대규모 국경 충돌을 비롯한 숙적 아제르바이잔과의 무력분쟁에서 러시아가 지원 요청을 거부한 이후 CSTO 참여를 중단하고 EU 및 미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5년 아르메니아 의회는 EU 가입 절차 개시에 관한 법률을 채택했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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