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조 K핵잠 건조…한화·HD현대 원팀 부상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 목표
일정 촉박…국가 주도 컨소에 무게
국내 건조계획, 美와 협상 등 변수
KDDX 입찰 모두 참여…경쟁 예고

정부의 핵추진잠수함 개발 계획이 공식화되면서 건조 기업 선정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특정 기업의 단독 주도가 아닌 공동 참여 방식이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초 조선 빅2인 한화오션(042660)과 HD현대중공업(329180)의 경쟁 구도가 부상했으나 정부가 제시한 진수 일정과 사업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공동 개발, 분산 건조 쪽으로 무게가 이동하는 양상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에게 핵잠 개발 기본계획을 보고하고 ‘장보고 N사업’을 국가 핵심 전력 확보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예상치를 전제로 이 사업에 총 28조 9000억 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새로 건조될 핵잠은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 2030년대 후반 전력화를 목표로 단계적 개발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일정상의 이유를 들어 공동 사업 추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기존의 경쟁입찰 방식으로는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원자로 추진체계 설계 방식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빠듯한 일정을 감안할 때 잠수함 플랫폼 설계, 원자로 추진체계 설계 및 도입 과정을 병렬로 추진하되 한화오션과 HD현대(267250)중공업이 참여한 국가 주도 컨소시엄이 총괄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고 밝혔다. 전략 자산인 핵잠의 특성을 고려해서라도 한 기업에 개발과 건조를 모두 맡기기보다는 공동 개발, 공동 건조 또는 분산 건조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수주 실적을 놓고 보면 한화오션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국내 최다인 23척의 잠수함을 수주했으며 이 가운데는 국내 최대 장영실급(3600톤급) 3척도 포함돼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잠수함 누적 수주 9척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앞선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진행 중인 핵잠 기본설계도 올해 안에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장영실함을 진수한 거제 조선소의 건조 인프라까지 더해 실전 경험과 노하우 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정부의 후속 지침과 절차에 따라 필요한 역할이 부여된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일찌감치 공동 사업에 방점을 찍고 정부에 꾸준히 참여 의사를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역량을 앞세워 핵잠의 심장인 원자로 제조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핵잠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참여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이후 HD현대중공업은 손원일급 잠수함 7척에 대한 창정비를 진행하는 등 MRO 경험이 풍부하다. 이를 바탕으로 운용·정비·핵연료 관리 등 전 과정을 총수명주기 관점에서 추진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를 계획이다. 사업에 대비해 HD현대중공업은 울산 조선소의 6개 도크를 확보해놓은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핵잠 개발을 위해서는 국내 방산 업계의 모든 기술과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며 “정부 사업에 협력해 해양 안보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변수도 적지 않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잠 건조 장소로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지목한 바 있어 ‘국내 건조’를 내세운 정부 방침을 놓고 미국과의 추가 협의가 불가피할 수 있다. 저농축우라늄 도입을 위한 미국 의회 설득, 프로젝트 기간 중 미국의 정권 교체 가능성 등도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6월 중순부터 미국과의 핵잠 관련 실무협의 채널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한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2차 입찰에 모두 참여하며 경쟁을 예고했다. 총 7조 8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이 사업은 당초 2023년 12월 기본설계 완료 이후 2024년부터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두 업체 간 경쟁 과열로 방사청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사업이 2년가량 지연됐다.
장현기 기자 luc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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