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아칼럼] 연금 백만장자, 부러워만 해야 하나

이은아 기자(lea@mk.co.kr) 2026. 5. 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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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주식 얘기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연금 백만장자가 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피델리티에 따르면 DC형 퇴직연금 형태인 '401K'를 통해 100만달러(약 15억원) 이상의 연금자산을 쌓은 연금 백만장자는 지난해 말 기준 66만5000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IRA 등 다른 은퇴계좌까지 합하면 연금 백만장자는 200만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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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증시 급등하며
퇴직연금 재테크 쏠쏠
DB형에 묶인 가입자에
자산운용 선택권 돌려줘야
이은아 논설위원

어딜 가나 주식 얘기다.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돌파하며 무서운 속도로 상승하고 있어서다. 퇴직연금 투자도 예외가 아니다. 확정기여(DC)형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을 통해 연봉에 버금가는 수익을 냈다는 직장인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하지만 웃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만 운영하는 사업장에 다니는 이들이다. 그들에게는 주식시장의 잔치가 그림의 떡이다. 퇴직연금 적립액이 500조원을 넘어서며 연금 재테크 열풍이 불고 있지만 퇴직연금의 45.7%는 여전히 DB형에 묶여 있다. DB형 적립액 규모만도 228조9000억원에 달한다. 회사가 운용을 책임지는 DB형은 안정성은 높지만 증시 상승기에도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유자금이 많지 않은 직장인들이라면 DB형에 잠긴 퇴직연금 적립액을 시드머니로 굴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연금 백만장자가 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피델리티에 따르면 DC형 퇴직연금 형태인 '401K'를 통해 100만달러(약 15억원) 이상의 연금자산을 쌓은 연금 백만장자는 지난해 말 기준 66만5000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꾸준한 적립과 장기 투자, 시장의 우상향이 결합한 결과다. 401K는 단순한 노후 저축 수단을 넘어선다. 미국인 수천만 명이 매달 적립하는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자본시장의 저변을 형성하고, 기업 성장의 과실이 다시 가입자들에게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은 것이다. IRA 등 다른 은퇴계좌까지 합하면 연금 백만장자는 200만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연금이 노후 보장과 자본시장 발전을 동시에 견인하는 셈이다. 미국 증시의 저력 뒤에는 '연금 자본주의'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DC형 전환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이 연금부자 시대를 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6.1% 늘었다. 연간 수익률도 6.47%로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코스피 상승률(75.6%)과 국민연금 수익률(19.9%)에는 한참 못 미친다. 이마저도 상위 10% 그룹의 적극적인 투자가 평균 수익률을 끌어올린 것으로, 가입자 절반은 2%의 낮은 수익률에 만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DB형(3.53%)과 DC형(8.47%), IRP(9.44%)의 수익률 차이도 뚜렷했다. '퇴직연금'이라는 이름은 같지만 수익률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현재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조만간 1000조원을 넘어서고 15년 후에는 국민연금 기금보다 많아진다. 더는 방치할 수 없을 만큼 몸집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국민연금 수준으로만 높아져도 소득대체율이 43%에 불과한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 자본시장의 버팀목이 될 수도 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퇴직연금 의무화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가입자 선택권이다. 현재의 방식을 유지할 것인가, 기금형을 선택할 것인가의 결정권은 가입자가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이전에 DB냐, DC냐를 선택할 권리부터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미국의 연금 백만장자들은 하루아침에 탄생한 것이 아니다. 수십 년에 걸친 적립과 투자 그리고 제도가 보장한 선택의 자유가 만들어낸 결과다. 그들을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그 길을 따르려면 자신의 퇴직자산을 스스로 운용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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