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일잘러 정원오” vs “부동산 생각하면 오세훈”…격전지 서울, 끝까지 가봐야 안다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가를 것으로 전망되는 한강벨트 민심은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와 ‘부동산 안정론’으로 양분됐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대통령이 선택한 일 잘하는 시장”을 뽑겠다고 했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뽑겠다는 이들은 부동산 가격 안정과 거대 여당 견제론을 근거로 들었다.
한강벨트란 서울 한강 주변 8개 자치구(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를 말한다. 특정 정치 성향에 치우치지 않은 중도층 유권자가 많아 선거 때마다 격전지로 꼽힌다. 경향신문은 지난 26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과 뚝섬한강공원, 세종대 캠퍼스, 성동구 뚝도시장, 강동구 둔촌역 전통시장, 동작구 중앙대 캠퍼스 인근,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표심을 물었다.
정 후보 지지자들은 성동구청장 시절 구정 경험에 효능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이재명 정부에 힘을 받을 수 있는 여당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성동 뚝도시장에서 두붓집을 운영하는 이모씨(72)는 “정 후보가 구청장 때도 장마 때마다 꼼꼼하게 돌아다니면서 물 고이는 걸 확인하곤 했다”며 “구청장 때도 일을 잘했으니 서울시에서도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 효창공원에서 만난 직장인 조모씨(43)는 “정 후보가 구 차원에서 체험학습을 갈 곳을 만들어주거나 돌봄 정책을 챙겼다는 것들이 화제 됐었다”며 “생활밀착형 행정을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조씨는 또 “오세훈 시장은 대통령이 바뀌고서 계속 딴지를 걸었다”며 “대통령이 힘이 세니까 대통령과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일이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 후보 지지자들은 공통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오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시사라디오를 듣던 김모씨(72)는 “정원오가 하면 재개발, 재건축이 다 멈출 것”이라며 “주택 정책 때문에라도 오세훈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 대상지인 자양동에 땅을 갖고 있다는 김씨는 “오세훈이 지금 모아타운 사업을 잘하고 있으니 하던 걸 잘하게 둬야 한다”고 말했다.
구로구에 사는 직장인 이진형씨(32)는 “이재명 정부가 자꾸 부동산 가격 잡겠다며 규제하고 세금을 매기려 하는데 이러다 문재인 시즌2가 될 것 같다”며 “부동산을 생각하면 오세훈을 뽑으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의 삼성역 구간 철근 누락 사태를 두고선 관점이 엇갈렸다. 자양역 인근에서 만난 A씨(65)는 “(누락 사실을) 이제 알았으니까 고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밑에서 보고를 안 하면 모르지, 시장이 어떻게 다 알 수 있냐”고 말했다. 반면 뚝도시장에서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GTX도 말이 많지 않으냐”며 “한강버스나 감사의 정원처럼 보여주기식 사업은 그만하고 진짜 서울 사람들이 원하는 걸 해야 한다”고 말했다.
12·3 내란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국민의힘을 심판하기 위해 정 후보를 뽑겠다는 시민도 있었다. 세종대 3학년 이모씨(23)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미국에 계엄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며 “사람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집회까지 나섰는데 국민의힘이 사과하는 걸 못 들었다. 지방선거에서 이기면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오 후보를 뽑겠다고 말한 이들은 거대 여당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진구민 신모씨(66)는 “과거 민주당원이었지만 이번에는 오세훈을 뽑겠다”며 “사람들이 일은 안 하는데 정부가 세금을 뜯어서 고유가 지원금처럼 나눠주기만 한다”고 말했다. 신씨는 “스타벅스도 너무 세게 비판하니까 여당 견제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계속 물고 늘어져서 다 나쁜 사람들을 만들어 (야당에) 빌미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정 후보의 인지도가 오 후보보다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정 후보를 이번 선거 때 처음 들어봤다고 하거나 이름을 잘못 부르는 시민들이 여럿 있었다. 동작구 흑석시장 인근에서 만난 백모씨(63)는 “일 잘하는 사람이 낫다”며 정 후보를 뽑겠다면서도 연신 ‘정경호’라고 말했다. 백씨는 “(정 후보가) 카리스마가 있든 재밌어 보여야 인기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 간 정책 차별점이 도드라지지 않아 기대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울 곳곳에 마주 보고 걸린 두 후보의 현수막은 동시에 재개발을 언급하는 등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작구에 사는 대학생 김모씨(24)는 “청년 주거를 다루는 공약을 보진 못한 것 같다”며 “시장이 바뀐다고 지금과 크게 달라질지는 모르겠다. 서울이 붐비고 비싼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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