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삼성전기 ‘황제주’ 등극에 코스닥 소부장 ‘낙수효과’

최동훈 기자 2026. 5. 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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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LG이노텍, 반도체 호황 속 주가 100만원 돌파
제주반도체·에스에이엠티·피델릭스 등 코스닥 관련주도 상승
반도체주 빼면 코스닥 하락···활성화 정책에 이목 집중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삼성전기, LG이노텍이 코스피 8000 달성과 함께 주가 100만원의 '황제주'로 등극한 동시에 동종 업계 코스닥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급등한데 이어 코스피, 코스닥의 소부장 종목으로 낙수 효과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다만 코스닥 종목간 실적 추이나 성장성의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나, 코스닥이 과거에 비해 코스피의 상승 흐름에 동조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각각 163만원, 104만4000원으로 장마감했다.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 / 사진=삼성전기

두 종목의 종가는 전날 코스피 지수가 장마감을 기준으로 8000을 처음 넘어설 때 함께 100만원을 돌파했다. 각 사는 공통 품목인 반도체 기판의 수요가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데 힘입어 기업가치를 크게 높였다.

증권가에선 미국 빅테크를 비롯한 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투자의 일환으로 반도체에 적극 투자하는 동안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관련 부품 공급이 늘어났단 분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극심한 공급 부족에 직면한 기판 사업은 1000조원을 상회하는 AI 투자로 공급 병목이 발생한 메모리 반도체 산업과 닮아 있다"고 분석했다.
LG이노텍 직원이 차세대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LG이노텍

같은 기간 코스닥에 상장된 반도체 관련주들도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6일에서 전날까지 코스닥 반도체주 가운데 제주반도체 109.70%(종가 11만8900원), 에스에이엠티 145.87%(1만8170원), 피델릭스 490.37%(8460원) 등 종목이 주가를 대폭 높였다.

제주반도체는 제주 지역에 본사를 둔 모바일, 사물인터넷(IoT) 등에 탑재되는 저전력·저용량 메모리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이다. 지난 12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고객사로 둔 반도체 후공정 기업 에이팩트와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사업에 협력하기로 한 점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에스에이엠티는 모바일기기에 탑재되는 반도체, 디지털 모듈 등 전자부품을 유통하는 기업이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삼성 계열사들과 국내외 시장에서 협력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195억원) 대비 1578.5%나 증가한 3273억원으로 집계되는 등 급성장했다.

제주반도체와 동종 기업으로 분류되는 피델릭스도 반도체 업황 호조의 수혜주로 지목된다. D램, 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취급하고 제품 공급 영역을 모바일폰에서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 4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세 코스닥 종목도 삼성전기, LG이노텍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필두로 조성된 반도체 분야 호황의 수혜를 누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피, 코스닥의 반도체 관련 주요 종목별 주가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코스피 오를 동안 코스닥 하락···코스닥 반도체주만 상승 돋보여

다만 코스닥이 반도체 업종의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과거에 비해 코스피 상승세의 수혜를 누리는 규모가 축소됐단 증권가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 상승분이 코스닥의 반도체 관련주에 주로 반영됨에 따라 업종별 주가 지수 흐름이 양극화했기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가 장마감 기준 7000에서 8000으로 올라가는 동안, 코스닥은 1210.17에서 1172.52로 3.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의 업종별 주가지수 중 상승폭을 보인 것은 코스닥 150 정보기술(9.76%), 기계·장비(6.91%), 전기전자(1.76%), 코스닥 글로벌(1.29%), 코스닥 대형주(0.19%) 등 5개에 그쳤다.

코스닥 150(-0.99%), 코스닥 IT·서비스(-10.74%), 건설(-22.67%) 등 나머지 지수들은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피의 업종별 주가지수 중 반도체 관련주들이 포함되지 않은 보험(20.41%), 유통(10.34%), 운송장비·부품(8.83%) 등이 같은 기간 상승폭을 보인 것과 대조된다.

증권업계에선 코스닥 상장사들이 코스피 상장사에 비해 사업 역량과 실적 흐름 측면에서 갈수록 뒤처져, 두 시장간 지수 추이의 상관관계가 낮아졌단 관측이 나온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 종가 기준 8047.51로, 10년 전인 2016년 5월 26일 기록한 1957.06에 비해 4.1배 상승했다.

이에 비해 코스닥 지수는 같은 기간 687.94에서 1172.52로 1.7배 오르는데 그쳤다. 현대차증권 분석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상장사의 영업이익 합산치는 코스피 영업이익 합산치의 1.5% 수준을 보였다. 2020~2022년 6~8%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와 코스닥은 2016년 이후 약 10년간 유사한 흐름을 보였지만 2024년 이후 디커플링(탈동조화)하기 시작했다"며 "가격뿐 아니라 이익 창출 체력 자체가 코스닥 대비 코스피에 압도적으로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2층 홍보관의 전광판에 코스피, 코스닥의 장마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 정책에 이목 집중···"코스닥은 모험자본 회수 시장, 활성화 필요"

시장 이목은 코스닥 활성화를 시도하는 정부의 행보에 모이고 있다. 정부가 현재 코스피로 편중되는 투자금을 코스닥으로 분산시켜 유망한 상장사에 자금을 조달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다.

정부는 코스닥 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일반인을 투자자로 모집하는 펀드를 속속 출시해 코스닥 상장사의 자금 조달을 지원할 계획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벤처, 중소기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펀드 가입 시 세제혜택을 적극 부여하고 있다.

정부는 이 일환으로 지난 22일 첨단 전략 산업과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국민성장펀드를 출범하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했다.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일반인을 비롯해 민간 기업, 연기금, 금융사들로부터 150조원을 투자받아 운영될 예정이다. 정부는 모험자본과 코스닥 시장의 활성화 등을 추구하는 '생산적 금융'의 대표 과제 중 하나인 국민성장펀드 출범을 통해 코스닥 상장사를 지원한단 방침이다.

금융 당국은 또 다른 펀드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기업성장펀드, BDC)의 출범도 추진하는 중이다. 기업성장펀드는 높은 성장성을 지닌 벤처,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다.

BDC를 통해 코스닥과 중소기업 전용 시장인 코넥스의 종목을 '주 투자 대상 기업'으로 순자산의 60%까지 투자할 수 있다. 코스닥 상장사 중에선 시가총액이 2000억원 이하인 종목의 주식, 전환사채를 매입하거나 금전을 대여해줄 예정이다. 코스닥 상장사를 직접 지원할 수 있는 점에서 국민성장펀드와 대조된다.

BDC는 앞서 지난 4월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도입이 보류됐다. 국회 소위원회(재정경제기획위원회)가 관련 법개정 의안을 심사한 결과, 기업성장펀드가 국민성장펀드와 차별되지 않고 만기, 세제 혜택 등 측면에서 투자를 유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해서다.

다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지난 7일, 벤처 붐을 조성하기 위해 BDC를 조속히 안착시켜야 한단 내용을 담은 작년도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BDC가 국민성장펀드에 이어 도입될 여지가 남은 상황이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는 하반기 전망 자료를 통해 "모험자본 투자를 확대하는 국민성장펀드 같은 정책은 투자금을 회수하는 시장인 코스닥 같은 유통시장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세제혜택을 기반으로 한 정책 펀드들은 최소 3년 이상 투자해야하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 펀드는 코스닥에) 중장기적인 주가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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