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 한드레케 CEO “한국, 순환경제 핵심 시장 될 것”
한국 제조업 역량 우수·재활용 공급망 결합 가능성 높아
원자재 20~40% 재활용 목표, 회수·물류·데이터 연결 강조

서울 코엑스 ENVEX 2026 전시장 내 EU 비즈니스 허브 전시장. 유럽의 친환경 기업들이 모인 부스 한편에서 독일 기업 컨테이너그리드(ContainerGrid)의 아론 한드레케 CEO 겸 공동 창업자는 20일 한국 제조업과 협력 가능성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이 글로벌 제조 강국인 동시에 향후 대규모 폐배터리와 산업 자산이 발생하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순환하고 추적하는 것이 경쟁력" EU가 바꾸는 제조업 공식
제조업은 그동안 많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유럽은 배터리와 공급망을 바라보는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완성차와 배터리 등 기업들이 원자재 출처와 재활용 비율, 공급망 데이터까지 관리해야 하는 흐름에 놓여진 셈이다. 생산 경쟁 중심 제조업에서 순환 구조 중심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의 이유다.
아론 한드레케 컨테이너그리드 공동창업자 겸 CEO는 "우리는 배터리와 산업 자산의 전체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재활용과 원료 회복,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공급망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컨테이너그리드는 독일 뮌헨 기반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배터리와 산업 자산의 end-of-life(수명 종료) 관리 과정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OEM과 물류업체, 재활용 기업, 자산 보유 기업 등을 연결해 회수와 운송, 소재 흐름, 데이터 관리 등을 통합 운영하는 구조다. 현장 부스에서는 실제 회수 프로그램 운영 과정과 소재 흐름 등을 관리하는 플랫폼의 데모 화면도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재활용 소재의 중요성이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유럽은 최근 배터리 패스포트와 공급망 투명성, 재활용 원료 확대 정책 등을 중심으로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드레케 CEO는 "공급망을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재활용 소재와 순환 구조를 확대하는 흐름"이라며 "제품 안에 얼마나 많은 재활용 원료가 들어가는지, 이를 얼마나 추적 가능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라 설명했다.

한국의 제조 역량 놀라워…EU 기업, 한국 찾는다
한국은 현대차·기아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글로벌 자동차·배터리 기업들이 밀집한 대표 제조 강국이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 시장 확대에 따라 향후 사용된 배터리와 그 외 산업 자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기도 하다. 컨테이너그리드가 한국에 집중하는 이유 역시 제조업 기반과 연결된다.
한드레케 CEO는 "한국은 매우 강한 제조 생태계를 가진 국가"라며 "배터리와 자동차 산업 전반에서 높은 기술력과 현대화된 산업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라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생애주기 관리와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도 중요해질 것"이라 설명했다.
컨테이너그리드는 한국 기업들과 협업할 경우 제조 경쟁력과 유럽식 순환 공급망 운영 경험이 결합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드레케 CEO는 "배터리 재활용은 공장 하나 새로 만든다고 해결되는 문제 아니다"라며 "수많은 수거 네트워크와 물류 흐름, 데이터를 동시에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장은 매우 분산돼 있으며 많은 자산이 제대로 분류되거나 회수되지 못한 채 단순 폐기되거나 낮은 가치로 재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컨테이너그리드는 작은 회수망들을 하나로 연결해 큰 공급망처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말했다.

EU 기업이 말한 순환경제의 현실 조건
컨테이너그리드는 한국 시장과 완전 초면은 아니다. 과거 한국 자동차 관련 기업과 협업 논의가 있었지만 실제 사업화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한드레케 CEO는 "1년 전 프로젝트가 실제 사업으로 진행되진 않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싶다"며 "한국은 제조 기반과 산업 규모가 충분히 큰 시장인 만큼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컨테이너그리드는 이미 유럽 기업들과 공급망 및 순환경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 시장과도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완성차와 물류, 재활용, 소재 기업들이 함께 움직이며 회수와 원료 회복 구조를 구축하는 흐름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원할한 사업을 위해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한드레케 CEO는 기업들이 순환경제를 단순히 ESG나 환경 보호 차원이 아니라 실제 사업 구조로 받아드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은 실제로 이것이 경제적인지 확인하고 싶어한다"며 "정확한 계산과 금융 모델, 테스트할 수 있는 실증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수 프로그램과 재활용 공급망에 투자할 수 있는 규제 기반과 산업 간 협력 구조도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컨테이너그리드가 바라보는 순환경제는 생산 이후 갈 곳을 잃은 산업 자산을 다시 공급망 안으로 편입시키고 실제 사업 구조로 연결하는 운영 방식을 의미한다. 더 많이 생산하는 능력만큼 효율적인 재사용이 중요해지고 있고 그 중간다리인 플랫폼의 역할을 담담하는 셈이다.
한드레케 CEO는 "한국의 대기업이나 무역회사들과 협업해 그들이 사용하는 원자재의 20~40% 정도를 재활용 소재로 대체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라며 "기업들도 이를 통해 더 최적화된 판매 전략과 공급망 전략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부산물과 리스크를 줄이고 비용까지 절감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