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앞선 ‘AI 데이터센터 유치’…전력·용수 대책 제시해야 [6.3 쟁점 분석]

이동욱 기자 2026. 5. 2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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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단체장 후보들 방산·물류 센터 공약
규제 완화 앞둬 비수도권 유치 경쟁 과열
전력계통·물 사용량·주민수용 계획 없어
시민사회, 재생에너지·폐열 처리 등 제안
(왼쪽부터)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 박완수 국민의힘 경남도지사 후보. /경남도민일보 DB

6.3 지방선거 경남지역 자치단체장 후보들이 AI(인공지능) 시대 핵심 기반시설인 데이터센터 유치를 잇따라 공약했다. 하지만 사업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전력계통·규모·재생에너지 사용 등 자세한 계획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도지사 후보와 송순호 창원시장 후보는 창원 미래 먹거리 산업 공약 가운데 하나로 민간투자 기반 1조 5000억 원 규모로 국내 최초 '방위산업 특화 AI 데이터센터' 유치와 방산 AI 클러스터(집적지) 확대를 제시했다. 민주당 정금효 함안군수 후보도 '동남권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구축'을 10대 핵심 공약에 담았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국방 AX(인공지능 전환)를 목표로 2030년까지 GPU(그래픽 처리 장치) 최대 5만 장을 투입하는 '국방 통합 AI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으며 올해 사전 설계를 시작한다.

김경수·송순호 후보가 공약한 '방산 특화 AI데이터센터'는 민간 방산업체와 협력, 정부의 국방데이터센터와 연계 등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조 5000억 원 규모이면 GPU 1만여 장 분량으로 확장력이 뛰어난 데이터센터다.

국민의힘 박완수 도지사 후보와 홍태용 김해시장 후보는 김해 화목동 일대에 동남권 최대 규모 글로벌 전시복합산업(MICE) 거점과 국제물류단지·유통센터로 국제 비즈니스 도시를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물류AI·로봇 클러스터 구축과 물류 연구개발(R&D)·공공데이터센터 유치를 약속했다.

공공데이터센터는 공공기관 또는 정부나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방향인데, 두 후보는 센터 규모와 구축·운영 예산 확보 방안을 설명해야 한다.

경남에는 창원·사천·함양에서 데이터센터 건립이 진행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추진에서 위치, 전력계통, 주민 수용성 등 따져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구에 본사가 있는 중견 건설사 태왕이앤씨 자회사인 ㈜태왕디엔디는 1조 5000억 원을 들여 120㎿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사천에 2028년까지 추진한다. 데이터센터를 지을 사천나들목(IC) 복합유통상업단지 땅을 사들이고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정부 전력계통 영향평가도 완료했다. 전력계통 영향평가는 10㎿ 이상 대규모 전력소비시설 신설 때 전력망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는 제도다.

시행사 ㈜오리드코리아가 함양군 휴천일반산업단지에서 추진하는 1조 3800억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사업도 2024년 한국전력공사와 전력공급 협약을 하고 100㎿ 규모 전력계통 영향평가를 통과했다. 1차 사업은 2028년 하반기 운영이 목표다.

특히 함양 사업지는 마을과 1㎞ 이상 떨어져 분지형으로 전자파와 소음 영향을 최소화했고 수자원을 보호하고자 물을 대량 소비하는 수랭식 대신 외부 공기를 쓰는 '공랭 방식' 냉각시스템을 택했다. 휴천면 이장회의에서 사업설명회를 여는 등 주민 수용성 확보 절차도 있었다.

창원국가산업단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근에서 추진되는 서버 10만 대 이상 초대형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또한 올 초 전력계통 영향평가를 통과했다. 민간 데이터센터 사업자인 안다(ANDA) IDC 컨소시엄이 주도하는 사업이다.
'345kV(킬로볼트)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 건설사업'에 반대하는 충청권 주민들이 지난달 7일 세종청사 기후에너지환경부 정문에서 집회를 열고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수도권 곳곳에서 데이터센터 유치 공약이 쏟아지고 있어 지역 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데이터센터 건립을 촉진하고자 인허가 등 복잡한 규제를 완화한 AI데이터센터 특별법은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해 내년 2월 시행된다. 비수도권에 AI데이터센터를 신·증축하거나 기존 데이터센터를 전력 소모가 더 큰 AI데이터센터로 전환하면 전력계통 영향평가도 면제한다.

녹색전환연구소·참여연대·환경정의는 이달 13일 'AI데이터센터 공약 8대 체크리스트(점검 목록)'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연결 가능한 전력계통 확보 여부 △물 사용량과 가뭄 시 대응 △온실가스 영향 △재생에너지 공급 비율 △실질적 지역 고용 효과 △지역 산업과의 연계 △주민참여 보장 △기후·환경 영향 정보 공개 계획이다.

전력계통 측면에서 추가로 발전소와 송전탑을 얼마나 지어야 하는지, 데이터센터 열기를 식힐 때 물 사용량은 연간 몇 t인지, 입지 선정과 각종 영향평가에 주민 참여 보장 등을 따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내 투자계획이 발표된 데이터센터 상위 10곳 용수 사용량만 하루 1억 2000만 ℓ(64만 명 사용)로 추정된다.

녹색전환연구소 등은 △재생에너지 100% AI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조성 △데이터센터 폐열을 인근 농가 온실이나 지역난방, 공공수영장 등에 재활용하는 방안 의무화 △전력·전자파·소음·냉각수 사용량 실시간 공시제 △재생에너지 이용률·지역기금과 같은 상생조건을 허가·관리 원칙으로 삼고, 준수 수준에 따라 취득세·재산세 등 지방세 감면 특례를 적용하는 '녹색 데이터센터 조례' 제정도 제안했다.

/이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