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별리그에 올인해야 한다[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전망×A조]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는 늘 ‘경우의 수’를 따졌다. 조별리그를 단 한 번도 시원시원하게 치른 적이 없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2002년 한일 월드컵조차 그랬다.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참가국이 늘어난 2026 북중미 월드컵의 경우, 적어도 한국의 조별리그 통과를 두고 가슴을 졸일 일은 과거보다는 덜할 것 같다. 경우에 따라 3위 팀도 조별리그를 통과할 수 있어 산술적으로 한국의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다만, 이번 월드컵은 단순한 전력 이상의 무언가가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 3개국 공동개최 대회이다보니 이동거리와 함께 더위, 멕시코 고지대 적응 등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특히 멕시코에서 조별리그 일정을 전부 치르는 한국 입장에서는 이 변수들이 전부 긍정적으로 작용할 요소들이 많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16일 월드컵 최종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우리의 1차 목표는 좋은 위치에서 32강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이 말한 ‘좋은 위치’란 조별리그 순위를 뜻한다. 그리고 한국은 그 좋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A조 팀들의 가장 큰 문제는 멕시코 고지대 적응이다. 산소가 평지보다 적은 고지에서의 경기는 체력 소모가 그만큼 극심할 수밖에 없다. 일찌감치 환경에 적응된 멕시코가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이다.
한국도 일찌감치 고지대 적응에 들어갔다. 지난해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낸 뒤 조 추첨을 거쳐 멕시코에서 일정이 확정되자 일찌감치 멕시코 현지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멕시코 입성에 앞서 미국의 대표적 고지대인 유타주에 사전 캠프를 열고 적응을 마친 뒤 멕시코로 이동하는 계획을 짰다. 이에 비해 한국의 조별리그 첫 상대인 체코는 3월 유럽 플레이오프를 통해 가까스로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관계로 고지 적응을 할 만한 캠프 장소를 찾지 못하고 결국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해발 2432m 고지인 멕시코 파추아에 베이스캠프를 꾸렸다. 고지 적응이라는 점에서는 한국에 뒤질게 없는데, 여기서 ‘일정’의 이점이 한국에 작용한다. 한국이 멕시코와 함께 조별리그를 전부 멕시코에서 치르는 반면, 남아공은 체코와 조별리그 2차전을 미국 애틀랜타에서 갖는다. 체력적으로 상당히 부담스러운 여정이다.

관건은 한국이 조별리그를 몇 위로 통과하느냐다. 최상의 경우는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승리하는 것이나, 이는 멕시코가 홈팀임을 감안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조 1위가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다. 한국은 최소 조 2위 이내로 통과를 해야 32강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우선 조 1위는 16강전까지 전부 멕시코에서 치른다. 상대는 C·E·F·H·I조의 3위팀 중 하나다. 상대의 다수가 미국에서 장거리 이동을 통해 멕시코까지 와 고지 적응을 할 겨를도 없이 붙어야 하기에 한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고지’라는 변수가 큰 이점이 되는 셈이다. 이 경우 대표팀의 최종 목표인 ‘사상 첫 원정 8강’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조 2위도 나쁘지 않다. A조 2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잉글우드에서 B조 2위와 32강전을 치른다. B조에는 캐나다와 스위스, 카타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등이 속해 있는데, 4팀 모두 한국이 충분히 해볼만하다.
A조는 멕시코의 1위 예상이 많은 가운데 한국이 체코와 조 2위를 두고 다툴 가능성이 높다. 체코가 만만한 상대는 아니지만, 수많은 이점들을 안고 있는 한국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건 객관적인 사실이다. 한국이 만일 조 3위로 32강에 가면 미국에서 우승후보들 중 한 곳과 맞붙을 공산이 크다. 한국이 만일 8강 정도를 목표로 한다고 하면 한국은 조별리그에 올인해 조 1위, 최소한 조 2위를 차지해야한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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