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최대 배터리 소재기업 '엡실론', 나트륨배터리 소재 출시
음극재 라인업 확대…글로벌 ESS 시장 정조준

[더구루=정예린 기자] 인도 최대 배터리 소재 기업 '엡실론(Epsilon)'이 차세대 나트륨이온배터리용 하드카본 음극재를 앞세워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건다. 주력 사업인 리튬이온배터리 소재를 넘어 비(非)리튬계 영역으로 라인업을 다변화, 급성장하는 대용량 전력 저장 수요를 선점하고 탈(脫)중국 공급망을 주도한다는 구상이다.
27일 엡실론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대용량 그리드 규모 ESS에 적용 가능한 나트륨이온배터리용 하드카본 음극재를 출시했다. 인도 현지에서 대량으로 발생하는 농업 부산물인 코코넛 껍질 폐기물을 주원료로 가공해 기존 흑연 소재 대비 제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나트륨이온배터리는 주원료인 소금을 구하기 쉬워 리튬이온배터리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지만, 리튬보다 이온 크기가 커 기존 흑연 음극재를 사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이와 달리 하드카본은 탄소 원자가 무질서하게 얽혀 있어 덩치가 큰 나트륨이온을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넓은 내부 기공을 갖추고 있다. 마치 스펀지처럼 이온의 이동을 원활하게 돕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나트륨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필수 소재로 꼽힌다.
엡실론은 코코넛 껍질 폐기물을 활용해 하드카본의 나노 기공 구조를 구현하는 바이오 기반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정밀 제어된 열분해와 고온 탄화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이 소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 공정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50% 절감한다. ESS 가동에 필수적인 높은 가역성과 수천 번의 충·방전을 견디는 우수한 수명 특성도 확보했다.
회사가 ESS 시장을 주 타겟으로 삼은 것은 에너지 밀도보다 안전성과 가성비가 최우선인 고정형 저장장치의 특성 때문이다. 나트륨이온배터리는 과충전이나 고온 환경에서도 열폭주 위험이 현저히 낮아 대규모 화재 사고를 예방하는 데 유리하고 단위당 구축 비용이 저렴하다.
엡실론은 하드카본 음극재 출시로 미국 규제를 충족하는 전기차용 3세대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및 실리콘-흑연 음극재에 이어 차세대 배터리 라인업까지 완성하게 됐다. 하이엔드 전기차 시장과 가성비 중심의 ESS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이 가시화된 셈이다. 특히 중국이 배터리용 흑연 공급망을 독점하고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인도 중심의 독자적인 소재 공급망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상업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크람 한다(Vikram Handa) 엡실론 설립자 겸 매니징 디렉터는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경제적이고 확장 가능하며 지속 가능한 배터리 소재가 필요하다"며 "나트륨이온 기술이 에너지 저장을 위한 강력한 장기적 해결책을 제공하며, 하드 카본 음극재는 실제 현장 적용에 필요한 성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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