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에 대도시 규모 기지 짓는다
총 3단계로 나눠 추진…2032년 본격 가동

웬만한 대도시 면적보다 훨씬 넓은 최대 수천㎢의 대규모 기지를 월면에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미국이 발표했다. 올해부터 3단계에 걸쳐 건설을 추진해 2032년부터는 달에서 상주 기지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달 기지의 규모와 건설 단계, 완공 시점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주 경쟁국인 중국을 따돌리고 달을 선점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NASA 본부에서 개최한 언론 대상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유인 달 기지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NASA 발표의 가장 큰 특징은 지금까지 공개된 달 기지 구축 계획 가운데 일정·방법 등이 가장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카를로스 가르시아-갈란 NASA 달 기지 프로그램 책임자는 “우리는 ‘수백제곱마일’(1제곱마일은 약 2.6㎢)의 달 기지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밝힌 수치를 환산하면 수백~수천㎢다. 서울(605㎢)과 비슷하거나 훨씬 넓은 대도시급 기지가 달에 들어선다는 얘기다.
다만 이 넓은 면적에 각종 시설이 빼곡하게 세워지는 것은 아니다. NASA는 거주용 건물과 전력 공급용 원자력 시스템을 최소 1㎞ 띄울 예정이라고 했다. 안전 때문이다. 우주선이 뜨고 내리는 일종의 공항도 엔진 추진에 따른 달 먼지 확산 문제 때문에 거주용 건물과 떨어져 지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러 인프라가 간격을 두다 보니 결과적으로 기지 전체 규모가 커진 것이다.

NASA는 이날 발표를 통해 달 기지 건설을 크게 3단계로 나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2029년까지 진행되는 1단계 때에는 달 지형 정보를 수집하는 데 주력한다. 이 때 쏘는 대표적 장비가 ‘문폴’이다. 문폴은 꽁무니에 달린 추진기를 간헐적으로 켜 메뚜기처럼 월면을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최고 비행 고도가 1㎞여서 고도 수백㎞에 떠 있는 궤도선보다 월면 지형을 자세하게 찍을 수 있다. NASA는 1단계 시기인 2028년 아르테미스 4호를 쏴 우주비행사 2명을 달에 안착시킨다.
2단계(2029~2032년) 때에는 기지의 초기 운영 능력을 구축한다. 우주복을 벗고 탑승하는 장갑차 형태 월면 차량이 보급되고, 건설 자재를 이동시킬 무인 차량도 달을 누빈다. 3단계(2032년 이후)부터는 달에 사람이 상주 거주한다. 달에서 채집한 물질을 지구로 보내는 로켓 시스템도 가동한다.
이날 NASA 발표로 미국과 중국의 우주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30년 우주비행사를 월면에 안착시키고, 2035년 유인 달 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날 발표대로라면 미국의 달 기지는 중국보다 몇 년 일찍 문을 열게 된다.
재러드 아이작먼 NASA 국장은 “과학 연구와 경제적·기술적 관점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이익을 위해, 그리고 지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혁신을 위해 달로 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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