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에 이른 기술혁명, 인간을 다시 묻다” 도서 ‘퀀텀의 시대’ 外
■ 퀀텀의 시대

인공지능(AI)과 함께 차세대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양자컴퓨터를 둘러싼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기술 선점에 나섰고, 기업들 역시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압도적인 속도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금융·안보·인공지능 등 사회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퀀텀의 시대’는 국내 양자정보 연구 1세대이자 양자컴퓨터 과학의 권위자로 꼽히는 이순칠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양자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풀어낸 책이다. 국내 최초로 병렬처리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한국연구재단 양자기술단장을 지낸 저자는 전작 ‘퀀텀의 세계’를 통해 난해한 양자역학을 쉽고 흥미롭게 설명하며 대중의 호평을 받았다.
저자는 미시 세계의 질서를 드러낸 양자물리학의 등장을 인류 문명을 바꾼 첫 번째 ‘퀀텀 점프’로 규정하고, 이를 응용한 양자컴퓨터가 또 한 번의 거대한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한다. 책은 과거-미래-현재라는 독특한 구성으로 양자물리의 탄생과 인식의 전환, 양자컴퓨터의 활용 가능성, 세계 각국의 투자 경쟁과 기술 개발 현황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특히 아직 ‘최종 승자’가 정해지지 않은 양자컴퓨터 기술 경쟁의 현주소를 짚어내는 대목에 주목할 만하다. 초전도 방식, 이온덫, 중성원자 등 다양한 기술이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기술 패권 경쟁의 실체를 보여준다. 나아가 양자컴퓨터가 불러올 윤리적 쟁점과 사회적 변화까지 살피며 시대와 문명을 성찰하게 한다. 저자는 양자기술을 먼 미래가 아닌 이미 시작된 변화로 바라보며, 다가올 ‘퀀텀의 시대’를 읽어낼 통찰을 제시한다.
■ 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

생성형 인공지능, 피지컬 AI 등 첨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간의 삶도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과학은 흔히 차갑고 냉철한 이성의 산물로 여겨지지만, 과학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도전, 실패와 선택이 존재한다. ‘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은 기술과 과학의 성과보다 이를 만들어낸 사람과 사회, 철학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책이다.
과학 전문 번역가 전대호의 첫 에세이인 이 책은 과학자와 대중, 사회와 철학이 만나는 지점을 탐색한다. 서울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철학을 공부하고 30여 년간 100권이 넘는 과학·철학 서적을 번역해 온 저자는 과학의 성과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선택과 사회적 맥락을 들여다본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은 피보나치가 아라비아 숫자를 유럽에 확산시킨 과정부터 특허를 포기한 마리 퀴리, 57세에 새로운 연구 분야에 뛰어든 슈뢰딩거의 도전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과학자의 탐구심과 용기, 사회적 책임을 조명한다. 또한 열기구 비행에 열광한 군중과 오늘날 과학 홍보의 관계, 수천 명의 연구자가 참여하는 현대 과학의 협업 구조를 살피며 과학이 사회와 분리된 영역이 아님을 보여준다.
특히 챗GPT와 휴머노이드가 일상으로 들어오는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성찰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AI가 지능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논의보다 AI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간이 기계를 닮아가는 시대, 기술 발전의 이면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보게 한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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