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 협정’ 압박하는 트럼프에 격분한 사우디 빈살만…“통화에서 ‘NO’ 100번 말해”[1일1트]

도현정 2026. 5. 2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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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안내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종식 방안의 일환으로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의 수교를 추진하는 ‘아브라함 협정’에 중동 주요국들의 가입을 압박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이에 크게 격분했다고 전해졌다.[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그는 이번 통화로 더욱 격분했다. ‘No(싫다)’라고 100번이나 말했고, 앞으로 또 100번을 더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26일(현지시간) 한 중동 소식통이 전한 이 말은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대한 중동 패권국 사우디아라비아의 단적인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종결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아브라함 협정 확대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중동 국가들의 ‘큰형’이자 수니파 이슬람 국가의 중심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 미국의 중재로 체결된 것으로, 이슬람 국가들과 이스라엘이 공식 외교관계를 맺기로 하는 협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자신의 중동 외교 성과로 포장해왔으나, 실제 이슬람 국가들 중에서는 가입국이 바레인, 모로코, 수단 등 몇 곳 되지 않았다. 그나마 ‘굵직한’ 이슬람 국가 중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여기에 가입해 트럼프의 면을 세워준 수준이었다.

이슬람 국가들, 특히 중동 지역의 국가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가자지구에 이어 서안지구에서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는 상황을 들어 이스라엘과 공식 수교를 맺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하면서 이스라엘과 자국 내 강경파의 반대에 부딪히자, 중동 지역 평화 정착을 위한 대안으로 아브라함 협정 확대를 내걸었다. 중동 국가들과 이스라엘간 수교를 맺게 해 중동에서 다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사우디를 비롯한 주요 중동국 정상들과의 전화회의에서 아브라함 협정 체결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타임스는 이 통화가 빈 살만 왕세자에게 “좌절감을 안겼다”고 보도했다. 당시 상황을 전한 소식통은 빈 살만 왕세자가 이번 통화로 더욱 “격분”했다며 “(트럼프에게) ‘노’(NO)라고 100번이나 말했고, 앞으로 또 100번을 더 말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아버지 세대와 달리 팔레스타인 문제를 사우디의 이익을 저해할 수 있는 핵심 사안으로 보지 않는 세대로 구분된다. 그의 아버지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은 1940~70년대 이스라엘과의 중동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다. 이들에게 팔레스타인의 독립과 해방은 아랍권의 맹주이자 이슬람 수호국인 사우디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자 의무였다.

반면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경제적 번영과 안보를 위해서라면 팔레스타인 문제를 절대적인 ‘레드라인(양보할 수 없는 선)’으로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사우디는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미국과의 방위 조약을 대가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검토에 나선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트럼프의 압박을 거부한 데에는 이란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여론이 악화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더타임스는 이란 전쟁에 대해 이란이 중동 지역의 위협이라는 점을 확인시키면서, 이스라엘 역시 미국을 분쟁으로 끌어들이는 데 일조한 위험한 존재라는 점을 부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 소식통은 더타임스에 사우디의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며 “팔레스타인이 국가로 가는 길에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한데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가까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국장은 정치적으로 비판받는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중동 국가들에 아브라함 협정을 요구하는 상황에 대해 “이는 트럼프의 전형적인 모습이자, 완전히 분위기 파악을 못 하는 요구”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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