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간통 의혹에도 트럼프 ‘픽’으로 텍사스 경선 승리한 마가 후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또 한 번 입증됐다. 뇌물 수수 혐의에 간통 의혹까지 제기되고도 ‘충성심’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선언을 얻어 낸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치러진 텍사스주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예비선거에서 현역 4선 의원인 존 코닌을 꺾고 승리한 것이다.
온갖 스캔들에 휘말려 있는 팩스턴 장관의 경선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선거 분석가들은 텍사스를 ‘공화당 우세주’에서 ‘경합주’로 변경했다. 만약 팩스턴 장관이 본선에서 민주당에 패배할 경우, 공화당의 선거 승리보다 자신의 당 장악력을 우선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에 당의 비난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
AP통신은 개표율 94%인 현재 팩스턴 장관이 64%의 표를 얻어 36%를 득표한 코닌 의원을 꺾었다고 보도했다. 코닌 의원은 패배를 시인하는 연설에서 “우리는 오늘 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싸웠고, 경선을 완주했으며, 신념을 지켰다”면서 “공화당이 정권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화당 내에서 잔뼈가 굵은 코닌 의원은 공화당 전국위원회와 존 슌 상원 원내대표 등 동료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경선 운동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코닌 의원을 지지하는 성명서 초안까지 작성해둔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손을 들어준 사람은 팩스턴 장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코닌은 좋은 사람이고, 나는 그와 함께 잘 일했지만, 내가 어려움을 겪을 때 그는 나를 지지해주지 않았다”면서 “팩스턴 장관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에 언제나 극도로 충성해 온 사람”이라고 밝혔다. 팩스턴 장관은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음모론에 동조한 반면, 코닌 의원은 당시 대선 결과를 인증하는 데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경선을 통해 공화당을 자기 뜻대로 조종할 수 있는 힘을 또 한 번 입증했다. 앞서 토머스 매시 연방 하원의원(켄터키), 빌 캐시디 연방 상원의원(루이지애나) 등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경쟁자에게 밀려 경선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번 승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독배’가 될 수 있다. 팩스턴 장관은 최근 아내와의 이혼 소송에서 간통 의혹이 제기됐으며, 2023년엔 뇌물수수·직무태만·공직남용 등의 혐의로 텍사스주 하원에서 탄핵안까지 통과된 바 있다. 자금 동원력이 약한 것도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번 경선에 투입된 광고비는 모두 1억2800만달러(약 1921억원)에 달했는데, 이 중 9200만달러(약 1381억원)가 코닌 의원을 지지하는 광고였다. 주목받는 신예 정치인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제임스 탈라리코 민주당 후보와의 접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물량 공세에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라리코 후보는 36세의 젊은 주 하원의원으로 기독교 신앙에 대한 강조와 진보적인 정치색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고 있다. 텍사스에서는 1994년 이래로 상원의원, 주지사 등 주 전체 선거에서 민주당이 당선된 적이 전무하다. 그러나 ‘탈라리코 돌풍’ 현상에 힘입어 이번에는 극적인 승리를 거둘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선거 전문 뉴스레터인 ‘쿡 정치보고서’는 팩스턴 장관의 경선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텍사스를 ‘공화당 우세주’에서 ‘경합주’로 변경했다. 보고서는 “탈라리코 후보는 직권남용·뇌물수수·혼외정사 등의 약점에 자금 모금 능력도 부족한 팩스턴 장관을 계속 수세에 몰아넣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탈라리코 후보는 이날 공화당 경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코닌 의원이 수년간 우리 주를 대표해 준 데 감사드린다”며 “코닌 의원 지지자 여러분은 우리와 함께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만약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대이란 전쟁으로 급등한 유가 때문에 공화당이 크게 패배하거나 ‘공화당 텃밭’ 텍사스에서조차 민주당에 의석을 뺏긴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당 장악력은 빠르게 와해할 수 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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