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처럼 KTX 취소”…서소문 고가 붕괴에 서울역 ‘대혼란’ [르포]
서울~수색 지하철 멈춰 시민들 불편
귀향객 ‘발 동동’…급히 버스편 찾아
사고 몰랐던 외국인 관광객도 당황
국토부 “주중 복구 마치는 것 목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하루 뒤인 27일 KTX를 비롯한 일부 열차 운행이 중단돼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출근길 시민들은 물론 고향을 찾으려던 귀향객,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까지 예상치 못하게 발이 묶이면서 급히 대체 교통편을 찾아 나섰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여파로 이날 KTX와 무궁화호 등 130여 개 열차의 운행이 중지되거나 운행 구간이 변경됐다. 전체 운행 횟수도 기존 683회에서 552회로 줄어들어 운행률은 80.8%에 그칠 전망이다. 일부 열차가 평소 정차하지 않던 역에 임시 정차하면서 지연 또한 잇따랐다.
이날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열차 운행 차질로 불편을 겪었다. 취소된 승차권을 반환하려는 이용객들이 몰리며 창구마다 긴 줄이 늘어섰다. 그나마 남아 있던 표마저 대부분 매진되자 승차권 예매 화면을 연신 새로고침하거나 버스터미널로 황급히 발길을 돌렸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한 모(42) 씨는 “중요한 출장으로 경남 창원에 가야 하는데 기차가 취소돼 3시간째 기다리고 있다”며 “일정이 꼬여서 거래처에도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운행 중단 사실을 오늘 아침 회사 동료를 통해 전해 들었다”며 “사전에 충분한 안내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고향을 방문하려던 시민들도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60대 안철희 씨는 이날 부산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지만 기차가 취소된 탓에 하릴없이 전광판 앞을 서성였다. 그는 “가장 빠른 표가 오후 2시인 데다 입석뿐이라 가지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한숨 쉬었다. 김서진(59) 씨 역시 “어머니 병원 진료 때문에 포항에 가야 하는데 날벼락처럼 열차가 취소됐다. 오후 1시 버스를 급하게 예매해 정신이 없다”며 고속터미널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행 차 한국에 온 외국인 관광객들도 발을 굴렀다. 사고 소식을 미처 알지 못한 이들은 역 직원의 설명을 듣고 관련 기사를 찾아보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20대 자얀 씨는 “서울역에서 나오는 방송을 듣고서야 부산행 열차가 취소된 것을 알았다”며 “친구와 함께 항공편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온 40대 토니 씨 역시 “부산 여행 코스를 다 짜놨는데 오후 6시까지 꼼짝없이 기차를 기다리게 됐다”며 직원에게 취소표를 구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일부 지하철 운행까지 중단되면서 출근길 혼란도 이어졌다. 사고 지점 인근인 서대문구 일대에서는 횡단보도와 도로가 통제됐고 수색~서울역 구간 경의중앙선 전철 운행이 멈췄다. 마포구 상암동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박혜선(27) 씨는 “지하철이 운행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택시를 불렀다”며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왔는데도 도로가 막혀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고 전했다.
한편 전날 오후 2시 32분께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고가 구조물이 낙하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등은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단순 전차선 복구가 아닌 붕괴 구조물 안전 진단과 잔해 제거 작업까지 필요해 열차 운행 차질이 수일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 불편이 크기 때문에 이번 주 중 복구를 마치는 것을 1차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유나 기자 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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