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베네수엘라 다음은 쿠바?…미, 카스트로 전격 기소와 항모 배치 이유는
[앵커]
미국이 최근 올해 94세인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전격 기소했죠.
쿠바행 원유 공급망 차단과 고강도 관세 조치에 이어, 쿠바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를 연이어 내놓고 있는데요.
미국의 의도는 무엇인지 국제부 금철영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미국 법무부가 30년 전 사건을 꺼내서 올해 94세인 카스트로 전 의장을 갑자기 기소하고 카리브해에 항공모함 전단까지 배치했는데, 그 배경이 무엇일까요?
[기자]
표면적으로는 지난 1996년 2월, 미국 마이애미에 기반을 둔 쿠바 망명자 단체 소속 민항기 2대가 쿠바 전투기에 격추돼 미국인 4명이 사망한 사건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죠.
당시 라울 카스트로는 쿠바 국방장관으로 격추 명령을 내린 장본인이라는 게 미국 판단입니다.
당시 쿠바는 영공침범을 이유로 들었지만 국제민간항공기구 ICAO의 조사 결과 격추 지점이 쿠바 영공이 아닌 국제 공역이란 결론이 나왔습니다.
미사일 발사 전 사전 교신이나 경고, 퇴거 비행 유도나 강제착륙 시도조차 없었기에 국제사회 비난이 컸습니다.
쿠바 망명 단체가 전단 살포로 쿠바 정부를 자극했던 건 사실이지만 쿠바군의 고의적, 의도적 민항기 격추가 분명하다는 것이죠.
토드 블랜치 미 법무장관 대행은 "미국인을 살해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기소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기소 당일에 미국 남부사령부가 쿠바 앞바다에 항공모함 전단까지 배치했습니다.
군사적 긴장감이 상당한데, 정권 교체를 위한 군사작전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는데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로선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같은 군사작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이란과 전쟁 중인 상황이고 러·우 전쟁에도 관여하고 있는 만큼 쿠바가 정찰과 도청의 허브가 되는 것은 반드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쿠바가 러시아·중국과 연계돼 플로리다 인근 해역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최근 쿠바 내 중국 도청기지 의혹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미국 싱크 탱크 CSIS가 분석한 보고서는 쿠바 내 중국 기술진이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도 감청 기지가 4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쿠바는 미국 플로리다 해안에서 고작 145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 전파 정보 수집에 용이합니다.
미 플로리다에는 현재 이란전을 수행 중인 중부군 사령부와, 남부 사령부가 있습니다.
[앵커]
그럼에도 21세기 먼로주의, 이른바 '돈로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처럼 미국에 적대적인 대통령을 제거하고 상대적으로 온건한 정권을 세우기 위해 군사옵션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쿠바는 부패사슬로 얽혀있던 베네수엘라 군부는 완전히 다른, 이른바 이념형 군대로 통제되고 있어서 미국의 군사개입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 90세가 넘는 라울 카스트로의 신병을 가까스로 확보한다고 해도 베네수엘라 같은 대안 권력구조 확보가 당장 쉽지도 않은 상황입니다.
대안 권력 없이 쿠바의 국가 시스템이 진공상태에 빠질 경우 미국에도 재앙일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경제가 피폐해진 상태에서 국가권력이 진공상태에 빠질 경우 수십만 명의 쿠바 난민이 플로리다로 밀려드는 '보트피플 난민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국경 안보와 이민자 문제에 정면으로 위배되기도 하는 문제입니다.
[앵커]
트럼프 정부가 더 집요하게 매달리는 방식이 '고사 작전', 그러니까 경제와 에너지 공급망을 완전히 차단하는 제재일 수도 있는 것 같은데 현재 쿠바 내부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의 의도가 군사작전보다 쿠바 내 '에너지 고사 작전'에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쿠바에 원유를 공급하는 제3국 기업이나 국가에 고율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는데요.
5월 1일에는 쿠바 군부가 지배하는 경제 네트워크를 붕괴시키기 위한 행정명령도 발동한 상탭니다.
쿠바 경제의 50퍼센트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군부 기업 '가에사(GAESA)'를 붕괴시키려는 조치로 보입니다.
이로 인해 현재 쿠바는 현재 재앙 수준의 전력난과 물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엔 쿠바 전역이 암흑에 잠기는 전국적인 '블랙아웃'현상이 3차례 발생했습니다.
현재 수도 아바나의 전기공급은 하루 8시간, 지방은 하루 4시간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력부족으로 병원의 긴급수술도 연기되는 상황입니다.
배급제도 붕괴해 식량 보조금이 극빈층에만 선별 지원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출구 없는 경제 봉쇄, 군사적 위협이 계속된다면 예상치 못한 물리적 충돌이나 난민 파국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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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철영 기자 (cyk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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