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에 올라온 4700만원 자동차 매물…매수희망자의 정체는?

이인혁 2026. 5. 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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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사칭범과 공모해 자동차를 판매했다면, 매매대금이 사칭범한테 전달됐더라도 소유주한테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지울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중고차 매매상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자동차인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최근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3년 11월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 본인 소유 자동차를 판매희망가 4700만원에 매물로 등록했다. 같은달 성명불상의 C씨가 피고인 B씨를 사칭하며 매수 의사를 밝혔다. C씨는 차량 이전에 필요한 서류 등을 갖고 B씨가 운영하는 중고차 매매상사로 자동차를 갖고 와달라고 말했다.

C씨는 그러는 동시에 B씨에게 해당 자동차를 팔겠다고 제안했다. B씨는 이를 3850만원에 매수하기로 했다. B씨의 매수 의사를 확인한 C씨는 A씨한테 차량을 B씨 업체로 갖고 올 때, 탁송기사인 것처럼 행동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 470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A씨는 더 높은 가격에 자동차를 팔 욕심에 사칭범의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후 B씨는 탁송기사 연기를 한 A씨로부터 자동차를 인도받고, A씨 명의 계좌로 매매대금 3850만원을 지급했다. C씨는 A씨에게 세금 핑계를 대며 “3850만을 입급해주면 4700만원을 보내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런데 C씨는 결국 A씨에게 47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A씨는 B씨를 찾아가 그간의 사실을 밝히며, 자동차를 돌려달라고 했다. B씨가 거절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인 A씨와 피고 B씨 사이 매매계약 의사의 합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자동차를 4700만원에 팔고 싶어했고, B씨는 3850만원에 사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매매계약 자체가 불성립하는 만큼, B씨는 A씨한테 자동차를 인도하고 A씨도 B씨에게 385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항소심은 원고 승소 판결로 바뀌었다.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자동차를 인도할 의무는 있지만, 3850만원 반환 의무까지 지는 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A씨에게 금전적 이익이 실질적으로 귀속되지 않은 만큼, 그에게 매매대금 반환 의무까지 부여하는 건 공평·정의의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3850만원 반환 의무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비록 C씨의 사기 범행이 있었다 하더라도, 자동차 소유주인 A씨의 인도 행위와 B씨의 금전지급 행위는 ‘분리불가능한 일련의 행위’라고 봤다. 대법원은 또한 애당초 3850만원이란 매매대금이 A씨를 거쳐 C씨한테 건네진 사실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원고에게 매매대금이 실질적으로 귀속하지도 않은 채 곧바로 C씨한테 이전됐다고 볼 수 없다”며 “A씨가 비정상적인 거래행위의 위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음에도 이를 무릅쓰고 C시의 요청에 따라 매매대금을 반환했다면, 이는 별도의 처분행위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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