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징후에도 12시간 방치”…서소문 고가 참사, 드러난 서울시 ‘안전불감증’

김임수 기자 2026. 5. 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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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9㎝ 침하에도 지지대 없이 안전진단 강행
추락방지용 안전대도 미설치…“비계만 믿었다"
KTX 다니는 하부 방치…“현장 여건상 어려워"

(시사저널=김임수 기자)

26일 오후 2시32분쯤 붕괴 사고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붕괴 참사는 전조가 뚜렷했음에도 기본적인 안전 조치가 줄줄이 생략된 채 일어난 사고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장에 투입됐던 서울시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 등 9명은 안전 진단에 앞서 지지대 설치나 안전대 착용 같은 별도 조치 없이 곧바로 무너지는 구조물 사이로 들어갔다. 60년 된 고가차도 철거 과정에서 안전 사항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서울시와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이미 사고 발생 12시간 전인 26일 오전 2시30분쯤 철거 중이던 서소문 고가 상판이 2.9㎝ 내려앉는 현상이 확인됐다. 철도 구간 슬래브 절단 작업 과정에서 약 2.9㎝ 단차가 발생하자 공사는 즉시 중단됐다. 하지만 서울시는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한 지지 작업 없이 오후 2시부터 서울시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 시공사 현장소장 등이 참여한 안전 진단에 들어갔다. 그리고 33분 뒤 상판이 무너지면서 감리단장(60대)과 현장관리소장(60대)이 현장에서, 외부 전문가(50대) 1명이 병원 이송 뒤 숨졌다.

전문가들은 침하라는 명백한 전조가 확인된 이상 진단보다 지지 작업이 먼저였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체공사 현장에서는 구조물 침하나 균열 등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안전 진단에 앞서 붕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위에서 크레인 등으로 부재를 잡아주거나 밑에서 지지를 해야 했다는 것이다. 한 산업안전 전문가는 "철거 중 붕괴가 발생하면 당연히 밑에서 거더(받침대)가 무너진다. 이를 막기 위해 위에서 크레인으로 잡아주든가, 지지대가 설치돼 있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작업자 추락방지용 안전대도 설치되지 않았다. 이에 안전진단 당시 작업자들은 별도 추락 방지 장치 없이 비계(작업용 지지대) 위에 올라간 것으로 파악됐다. 1966년 지어진 노후 교량으로 내부 철근과 콘크리트가 약해진 상태였던 만큼 최소한의 안전대라도 착용해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와 공사 관계자들은 콘크리트 낙하에도 견딜 수 있는 강도의 안전 비계가 설치돼 있어 안전대 착용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지지대 설치 자체가 현장 여건상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철거 현장 아래로 철도가 지나가고 고압 전류가 흐르고 있어 크레인이나 지지대를 설치하려면 선로를 모두 통제해야 했다"며 "현장 상황상 지지대 설치 등 추가 작업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선 현장을 점검한 뒤 후속 조치를 검토하려 했던 것"이라고 했다.

서소문 고가 하부는 서울역에서 행신역 방향으로 향하는 KTX와 전철이 지나는 구간으로 하마터면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침하가 확인된 이후 약 12시간 동안 하부 구간을 통제하지 않은 것이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경찰은 50여 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을 꾸려 안전관리계획 수립과 이행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 역시 검사 4명과 수사관 6명으로 구성된 전담수사팀을 꾸려 사고 원인 및 책임 소재 규명에 나섰다.

서소문 고가차도는 충정로역과 시청역을 잇는 길이 335m, 폭 14.9m 규모로 18개 교각으로 구성됐다. 2019년 콘크리트 조각 낙하, 2021년 바닥판 탈락, 2024년 보 콘크리트 탈락과 강선 파손 등 사고가 이어졌고, 서울시 정밀 안전 진단에서 A~E 등급 중 D등급(미흡) 판정을 받아 지난해부터 철거 작업이 진행돼 왔다. 철거 공정률은 사고 당시 87.1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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