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테슬라 합병설 재점화…머스크 ‘AI 제국’ 구상 현실화?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6. 5. 2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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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은 테슬라, 성장성은 스페이스X
메가팩 등 올해 양사 거래 6.5억달러
xAI 콜로서스가 연결, 내부순환 구조 형성
스페이스X·테슬라 합병설 재점화…머스크 ‘AI 제국’ 구상 [그림=챗GPT]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가 임박한 가운데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합병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우주·인공지능(AI) 사업을 하나로 묶어 초대형 AI 인프라 기업을 만들려는 머스크의 장기 구상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CNBC는 머스크가 내부 관계자들과 양사 통합 방안을 논의해왔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테슬라 내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합병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거론돼 왔으며 일부 직원들은 이를 ‘시간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이스X는 다음 달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올해 초 머스크의 AI 기업 xAI와 합병하며 약 1조2500억달러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현재 시가총액 약 1조6000억달러 수준인 테슬라와 합쳐질 경우 단숨에 세계 최대 규모 기업 가운데 하나가 된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 의결권의 약 85%를 보유하는 등 두 회사 모두에서 사실상 절대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합병 안 해도 합병한 것처럼’ 움직이는 두 회사
겉으로는 우주기업과 전기차 기업이라는 점에서 접점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AI와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중심으로 양사의 협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페이스X의 올해 1분기 설비투자 101억달러 가운데 4분의 3 이상이 AI 관련 투자였으며, 테슬라 역시 올해 설비투자를 250억달러 이상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거래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스페이스X의 IPO신청서에 따르면 스페이스X와 xAI는 올해 테슬라로부터 약 6억5000만달러 규모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했다. 이 가운데 대형 에너지저장장치 ‘메가팩’이 5억600만달러, 사이버트럭이 1억3100만달러어치다. 메가팩은 xAI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콜로서스’ 운영에 투입됐다. 테슬라는 올해 초 xAI에 20억달러를 투자했고, 이후 xAI가 스페이스X에 합병되면서 사실상 머스크 그룹 내부 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양사는 AI 칩 프로젝트인 ‘테라팹’에도 얽혀 있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물량 일부가 테슬라에서 xAI로 전환된 사실도 공개되면서 머스크 계열사 간 자원 재배치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무 구조만 놓고 보면 두 회사의 역할은 극명하게 갈린다. 테슬라는 지난해 말 기준 약 440억달러 규모 현금·단기투자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에도 39억달러 영업현금흐름과 14억달러 자유현금흐름을 기록했다. 반면 스페이스X는 xAI 편입 이후 공격적인 AI 투자로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 올해 1분기 총매출은 46억9000만달러였지만 영업손실은 19억4000만달러에 달했고, 이 가운데 AI 부문 손실만 24억7000만달러였다. 대신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와 우주인터넷, AI 인프라, 우주 데이터센터라는 초대형 성장 스토리를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기업 결합이 아니라 ‘AI 중심의 통합 플랫폼’ 구축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테슬라는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에너지저장 시스템을 맡고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와 우주 발사체, xAI는 초거대 AI 모델과 데이터센터를 담당하는 식이다. 머스크가 과거 “AI에 가장 싼 장소는 우주”라고 언급했던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와 위성 네트워크, 지상 AI 인프라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려는 그림이라는 것이다.

정부계약·주주 반발이 최대 변수
다만 실제 합병까지 이어질 경우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계약과 국가안보다. 스페이스X는 현재 미 국방부(DoD), 국가정찰국(NRO), 미 항공우주국(NASA)과 깊게 연결돼 있다. 최근에는 미 우주군으로부터 22억9000만달러 규모 군용 우주 데이터 네트워크 계약도 따냈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까지 결합될 경우 ‘너무 큰 단일 공급자’가 된다는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주 반발 가능성도 크다. 테슬라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금창출 사업이 적자성 AI, 우주 프로젝트를 떠받치는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 관련 거래는 과거 솔라시티 인수 과정에서도 이해상충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나스닥 규정상 대규모 주식 발행과 관련당사자 거래에는 주주 승인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연방거래위원회(FTC), 법무부(DOJ), 나스닥, 국방 관련 기관 심사까지 동시에 거쳐야 하는 고난도 거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페이스X는 IPO 신청서에서 스스로를 ‘지배주주 회사’라고 규정하며 일반 상장사 수준의 지배구조 보호 장치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전면 합병보다 단계적 재편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실제로 머스크는 이미 X를 xAI에 통합했고, 다시 xAI를 스페이스X 안으로 넣는 방식의 구조 재편을 진행한 바 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역시 전략적 제휴 확대, 프로젝트별 합작회사(JV), 제한적 자회사 재편 같은 형태가 현실적인 합병 수순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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