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숨죽인 채 기다리면…어느 순간 동박새 ‘날갯짓 선물’
동박새류 생태와 현장 식별법, 그리고 탐조의 즐거움

동박새 하면 동백나무가 연상된다. 가느다란 부리로 붉은 동백꽃에 앉아 꿀을 빠는 작은 새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겨울 햇살이 스며든 숲 가장자리에서 분주히 꽃 사이를 오가고, 봄이 오면 동백꽃과 매화, 벚꽃에서 꿀을 빨기 바쁜 동박새의 모습은 계절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지난 5월11일 전북 군산 어청도에서 동박새류 3종을 관찰했다. 사람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오는 친숙한 새라는 점도 동박새가 오래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동박새는 우리나라 남부 지역 상록활엽수림을 좋아한다. 겨울철에는 다른 소형 조류들과 혼성 무리를 이뤄 생활하기도 한다. 작은 곤충과 거미, 진딧물, 애벌레, 작은 나방류 등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는데 번식기에는 곤충 먹이 비율이 늘어난다. 감귤과 감, 무화과, 산딸기 같은 부드러운 열매도 잘 먹으며, 나무껍질 틈에서 나오는 수액을 핥아 먹기도 한다. 특히 혀끝이 붓처럼 갈라진 구조여서 꽃꿀을 먹기에 알맞다.


동박새는 최근 10여 년 사이 우리나라 전역에서 비교적 흔히 관찰할 수 있게 됐다. 그 원인을 명확히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기후변화와 환경 개발에 따른 서식 환경 변화가 하나의 요인일 수 있다. 다만 자연생태 변화의 원인을 인간 시각 만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새들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텃새인 동박새와 나그네새인 작은동박새, 한국동박새는 봄철에 작은 무리를 이뤄 함께 관찰되기도 한다. 동박새류를 관찰하다 보면 전체적으로 매우 비슷하게 생겨 현장에서는 혼동하기 쉽다. 특히 몸집이 작은 데다 빠르게 움직이면서 먹이활동을 하고, 나뭇잎 사이를 분주히 오가기 때문에 자세히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가 연둣빛 잎 사이로 사라지는 움직임은 마치 숲 속을 스치는 작은 바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빛의 방향이나 명암에 따라 깃털 색이 달라 보이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종 구분이 더욱 어렵다.


동박새류는 먹이를 찾는 나무와 이동 동선을 어느 정도 일정하게 정해두고 주기적으로 오가는 성향이 있다. 그 때문에 이들을 관찰할 때는 짧은 시간 분주히 이동하기보다 한 장소에서 차분히 기다리는 편이 더 나은 관찰법이 되기도 한다. 잠시 사라졌던 개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같은 나무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 꾸준히 기다리다 보면 만족스러운 관찰로 이어질 때가 있다.
특히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하지 않고 회피 성향도 강하지 않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모습을 보여주는 점은 탐조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조용히 숨을 죽인 채 숲 가장자리에서 동박새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어느새 작은 날갯짓 소리와 함께 다시 눈앞으로 찾아오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

다만 현장에서 동박새류를 구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개체마다 깃털 마모 상태가 다르고, 햇빛의 방향이나 거리, 관찰 각도에 따라 색감과 분위기가 크게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탐조 현장에서는 한 가지 특징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전체적인 체형과 색의 흐름, 움직임과 행동 습성까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특징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비로소 종의 윤곽이 조금씩 선명하게 드러난다. 동박새, 작은동박새, 한국동박새의 현장 식별 요령과 관찰법을 간단히 소개한다.



동박새



작은동박새
눈 테는 다른 동박새류보다 더욱 깔끔하고 선명한 흰색을 띤다. 특히 눈앞 쪽 흰 테두리에서 부리 방향으로 이어지는 부분과 눈 아래에서 부리 기부까지 이어지는 검은 선이 매우 진하고 뚜렷하다. 이 선들은 마치 와이(Y) 자를 가로로 눕혀 놓은 듯한 인상을 주며, 일반 동박새보다 강한 대비가 느껴진다. 턱과 멱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노란 깃털이 동박새처럼 자연스럽지 않고, 멱 부분의 노란색 경계가 비교적 선명하다. 이마에 노란빛이 나타나는 점 또한 특징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다.



현장에서 작은동박새를 만나면 처음에는 동박새와 매우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더 둥근 체형과 또렷한 얼굴 무늬, 짙은 대비에서 서로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최근 한국동박새와 함께 국내 관찰 기록이 늘어나고 있어 탐조인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내서 아직 흔한 새는 아니지만, 주로 남해안과 도서 지역을 중심으로 관찰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동박새



동박새는 멱의 노란색이 가슴 쪽으로 내려가며 점차 흐려지는 느낌을 주지만, 한국동박새는 노란빛이 가슴으로 자연스럽게 퍼지지 않는다. 전체적인 색의 흐름에서도 조금 더 단정하고 대비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처음엔 일반 동박새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잠시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옆구리의 붉은 갈색 반점과 멱 부분의 노란색 경계를 살펴보면 조금씩 다른 특징들이 눈에 들온다. 작은 차이를 잡아내 결국 종을 구분하게 되는 순간은 탐조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관찰법
① 옆구리에 붉은 갈색 반점이 있는가 → 있으면 한국동박새 가능성 큼
② 얼굴에 검은 선과 흰 눈테 대비가 매우 강한가 → 그렇다면 작은동박새 가능성 큼
③ 멱의 노란색이 가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가 → 이어지면 일반 동박새 가능성 높음
④ 배와 옆구리에 은은한 주황빛이 감도는 연한 회갈색이 눈에 띄는가 → 일반 동박새 가능성 큼
⑤ 전체 체형이 둥근가, 길쭉한가 → 둥글면 작은동박새, 비교적 길쭉하면 동박새일 가능성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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