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괴롭힘, 좀비보다 무서웠다"… 문화예술치료가 바꾼 가해자 '뇌 회로'

신진아 2026. 5. 2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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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주간 국제 심포지엄
문체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1일 개최
2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2026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 국제 심포지엄 개최. 김붕년 서울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2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2026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 국제 심포지엄 개최. 김주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문화인재양성본부 본부장.

2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2026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 국제 심포지엄 개최

2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2026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 국제 심포지엄 개최. 발제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영화 '군체'에는 좀비 떼의 습격 속에서 살아남은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등장한다. 목숨이 오가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침착한 피해 여학생과 달리, 가해 여학생은 겁에 질려 벌벌 떨다 결국 타인을 위험에 빠뜨린다.

가해 학생이 "너는 어떻게 그렇게 침착할 수 있느냐"고 묻자, 피해 학생은 답한다. "좀비 떼보다 너희들이 나를 괴롭힐 때가 더 무서웠어." 그제야 가해 학생은 자신이 가한 폭력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공포였는지 깨닫고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문학과 영화 등 대중문화예술이 지닌 효과 중 하나는 이처럼 간접적으로나마 타인의 입장을 헤아려보게 하는 '공감의 확장'에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예술교육의 긍정적 효과가 실제 인간의 뇌 구조까지 변화시킨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검증돼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뇌신경과학이 입증한 예술치료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2026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주간 연계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날 '세션 2: 보이지 않는 효과를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문화예술교육의 효과측정을 위한 다양한 방법론'의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붕년 서울대학교 소아청소년 정신과 교수는 '뇌·신경과학 기반 문화예술교육효과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이날 예술치료가 단순한 정서적 안정을 넘어 청소년의 뇌 구조와 신경회로 수준을 실제로 변화시킨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학교폭력 가해 청소년의 충동성과 공격성을 낮추고 공감 능력을 키우기 위해 인지행동치료(CBT)와 예술치료(아트세라피)를 결합한 '서울대 모델' 프로그램 사례를 소개했다.

시·그림·음악·독서치료 등을 통해 피해자의 고통을 간접 체험하게 한 이 프로그램에서, 일부 가해 청소년들은 "내 행동이 상대에게 자살 충동까지 줄 줄 몰랐다"며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이러한 정서적 변화는 뇌 신경망의 물리적 변화로도 이어졌다. 연구팀은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청소년(주로 중학생) 600명 중 과정을 완수한 400명 가운데, 서울대병원에 방문해 심도 있는 정밀 평가를 진행한 100명 안팎의 아동을 대상으로 치료 전후 MRI(자기공명영상)를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시와 그림을 통한 예술치료적 자극이 아이들의 뇌 피질 두께를 늘려 충동·감정조절 능력을 키웠고, 개선된 백질 연결성이 뇌 전체 네트워크를 조율해 공격성 및 과잉행동 감소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김 교수는 "약물 없이 행동치료와 예술치료만으로 실제 뇌 회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장르 무관… 핵심은 '즐거운 상호작용'

김붕년 교수 연구팀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초등학생 대상 문화예술교육 연구에서도 유의미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한 학기(5~6개월) 동안 주 1~2회, 방과 후 예술 수업을 받은 초등학생들의 구조적 MRI와 DTI(백질 연결성) 데이터를 확보해 3년간 추적 분석한 결과, 연극, 춤, 국악 등 역동적인 활동이 섞인 프로그램을 경험한 초등학생들은 시청각뿐만 아니라 공간감각과 관련된 뇌 내부 신경망 회로(백질 연결성)가 눈에 띄게 발달한 것을 확인했다. 문화예술교육이 아이들의 '지적 발달(인지기능)'과 '주의력 조절', '정서 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는 유의미한 변화 추세(트렌드 레벨)를 나타낸 것이다.

김 교수는 "어떤 예술 장르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느끼는 즐거움, 선생님 및 또래 친구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상호작용 경험 그 자체가 아이들의 뇌 회로를 골고루 발달시키는 진짜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최근 구축한 첨단 '디지털 리빙랩'을 활용한 예비 연구 과정도 공유했다. 이는 뇌파(EEG), 심박수, 교감·부교감 신경 변화(HRV), 시선 추적 등 생체 신호와 영상 데이터를 동시에 수집해 예술 활동 중인 아이들의 실시간 변화를 다면 측정(Multi-modal) 하는 시스템이다.

김 교수는 "기존의 단일 평가는 평가자나 부모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고, 아이의 반응이 좋아진 것이 지적 성장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즐겁고 신나서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며 "동시간대 생체 지표 변화를 분석해야만 예술이 주는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있다"고 다면 측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한편 매년 5월 넷째 주는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주간이다.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진행되며, 올해 행사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유네스코 카테고리2센터(국제기구) 인준 추진과 연계해 마련됐다.

김붕년 교수의 발제뿐 아니라 한국 문화예술교육 효과 분석과 성과(한국), 유네스코 60개국의 문화예술교육 효과 비교분석(호주), 유럽의 문화예술교육 모니터링 체계(유럽), 문화예술교육의 인지적 효과와 사회적 가치(미국), 문화예술교육의 경제학적 가치와 사회적 자본 형성 영향(이탈리아) 등 각국의 사례와 다양한 관점의 연구 흐름이 이날 다각도로 공유됐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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