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원하는 순간·위치에서 암 치료하는 '스마트 항체' 개발

김종서 기자 2026. 5. 2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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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생명과학과 허원도 석좌교수 연구팀
빛 특이적 세포 간 상호작용 및 항원 전달 연구 결과.(KAIST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빛이나 화학 자극이 있을 때만 작동하는 스위치형 '스마트 항체' 기술을 개발해 원하는 순간과 위치에서만 면역세포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환자 면역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든 세포치료 기술(CAR-T)은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 즉시 공격해 정상세포까지 손상시키는 부작용 위험이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허원도 석좌교수 연구팀이 빛과 화학 자극을 이용해 세포 밖 항원 인식을 제어할 수 있는 '엑스트라바디'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항체를 두 조각으로 분리한 뒤 외부 자극이 있을 때만 다시 결합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항체는 생성되자마자 항원에 결합하지만, 연구팀은 빛 또는 화학물질이 존재할 때만 두 항체 조각이 재결합해 항원을 인식하도록 구현했다.

단순히 항상 작동하는 기존 항체 시스템과 달리 필요한 순간에만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온디맨드' 항체 플랫폼이다.

연구팀은 빛에 반응하는 시스템과 화학물질에 반응하는 시스템을 각각 구축했다. 형광 단백질뿐 아니라 암세포 표면에 많이 발현되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HER2) 단백질에도 적용 가능함을 확인했다.

(왼쪽부터)KAIST 허원도 교수, 권유리 박사, 유다슬이 박사(KAIST 제공) /뉴스1

실험 결과, 외부 자극이 있을 때만 항원 결합이 선택적으로 활성화되고 다양한 항체 구조에서도 동일한 원리가 작동했다. 이는 엑스트라바디가 여러 표적과 항체 형태에 적용 가능한 모듈형 플랫폼임을 보여준다.

또 연구팀은 엑스트라바디가 단순한 항원 인식을 넘어 세포 간 상호작용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빛 자극 유무에 따라 세포끼리 접촉하고 항원을 전달하는 현상이 나타나거나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항원이 세포 내부로 전달되는 과정도 관찰돼 향후 세포 간 정보 전달 연구에도 활용 가능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나아가 엑스트라바디를 합성수용체 및 CAR 시스템에 적용해 빛과 항원이 동시에 존재할 때만 세포 내부 신호가 활성화되는 '이중 잠금장치'를 구현했다.

이를 통해 유전자 발현, 사이토카인(면역세포 간 신호 전달에 사용되는 단백질) 분비, 면역세포 활성화 등을 정밀 제어해 면연세포(T세포) 실험에서는 빛 자극이 있을 때만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기존 CAR-T 세포치료에서 문제로 지적돼 온 비의도적 면역 활성화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외부 자극을 이용해 세포 표적 인식을 원하는 시점과 위치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기술"이라며 "향후 차세대 면역치료와 세포 기반 치료 기술의 안전성과 정밀도를 높이는 핵심 기반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향후 동물 모델 실험과 전임상 연구를 통해 차세대 CAR-T 세포 치료제 개발 및 실용화 가능성을 검증해 나갈 계획이다.

KAIST 생명과학과 권유리 박사와 유다슬이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셀 케미컬 바이올로지(Cell Chemical Bi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ASTRA 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jongseo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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