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주권국가 없는 유일한 대륙… 사건 사고 땐 파견국 법대로 처벌[Who, What, Why]

박준희 기자 2026. 5. 2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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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폐쇄된 공간·한정된 인간관계
우울·적개심 등 심리변화 겪어
성폭력·살인 범죄 발생하기도
각국 현장규율 등 안전에 민감

남극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주권국가가 없는 대륙이다. 특히 1959년 남극조약상 사법기관도 상주하지 않아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가해자의 국적국이 자국법으로 처벌하는 게 원칙이다. 극단의 고립과 한정된 인간관계, 극야의 압박이 겹치며 남극에 인원을 파견한 각국은 현지 사건사고 예방과 대응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

27일 관련 외신에 따르면 미국 등 해외국가들은 남극과 같은 극지에 마련된 연구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범죄 등의 불미스러운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파견 인원에 대한 엄격한 인사 검증부터 현장 규율, 안전 및 비상 대응 체계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경우 미국 남극 프로그램(USAP)을 통해 남극기지에 파견되는 모든 계약자에 대해 범죄 기록이나 보안 위험을 식별하기 위한 연방 신원조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또 월동대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장기간 고립과 극한 조건에 대한 적합성을 평가하기 위해 USAP 지정 임상 심리학자가 심리평가를 실시, 부적응 행동 경향이 있는 개인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 남극조사단도 이와 비슷한 절차를 적용해 극지 파견 인원에 대한 사전 검증을 실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전 검증에도 불구하고 범죄 등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현지에서 법적 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연구시설 현지의 특정 인력을 ‘특별 부보안관’으로 지정하고 위반행위를 한 이들에 대해 향후 미국 내에서 기소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도록 한다. 스웨덴의 경우 사법적 조치보다는 방문·체류 전 안전관리 중심의 대응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극지기관은 현지 방문 전 안전계획 수립, 장비·복장 점검, 동행자 역량 확인, 날씨 변화 대응, 응급장비 준비 등으로 사건사고 발생을 예방하는 것으로 미국이 파견자에 대한 사전 검증 및 사후 사법적 조치 방안을 위주로 하는 것과 비교된다.

남극 등의 극지에 연구시설을 마련한 국가들이 이 같은 대응책을 갖추고 있는 것은 극지에서 범죄나 파견인원들 간의 마찰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건이 칠레 국적 연구자의 성폭력 사건이다. 지난 2019년 2월 남극 사우스셰틀랜드 제도 리빙스턴섬 서쪽 끝에 있는 바이어스 반도에서 탐사활동 중이던 칠레 국적의 남성 생물학자 A 씨는 베이스캠프에 설치된 텐트 안에서 프랑스 출신의 동료 여성 과학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9월 칠레 현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공식적인 기록은 아니지만 또 다른 남극 지역 범죄로 대표적으로 회자되는 것은 남극조약이 체결되던 1959년의 일이다. 그해 옛 소련의 보스토크 기지에서 체스게임에서 패한 한 연구원이 도끼를 휘둘러 동료를 살해했다는 일화다. 이후 소련 측 남극기지에서는 체스가 금지됐다는 설도 해외 체스게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거론되고 있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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