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인데 방이 없다”…대구 청년들, 5월 월세 구하기 ‘난항’

서고은 기자 2026. 5. 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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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기 끝나 월세방 구하기 난항…“남은 건 비싸고 낡은 집뿐”
대구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 66.7%…전세 거래의 2배
26일 오전 대구 수성구의 한 다가구·다세대주택 밀집 골목. 전세 기피와 월세 수요 증가가 이어지면서 대구 지역 일부 청년층과 직장인들이 임대차 주택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고은 기자

통상 이사 비수기인 5월, 대구 원룸·오피스텔 시장에서 '괜찮은 월세 방 구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대학가 개강 시즌 전 인기 매물이 상당수 소진된 가운데 전세 기피에 따른 월세 수요 집중까지 겹치면서, 취업·이직 등으로 뒤늦게 방을 구해야 하는 청년층의 주거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이직으로 대구 북구에서 달서구로 이사를 준비하던 직장인 A(26)씨는 한 달 가까이 주말마다 발품을 팔았지만 마땅한 방을 구하지 못했다. 보증금과 월세 조건이 맞는 곳은 관리 상태가 좋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상태가 양호한 신축 매물은 이미 계약이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A씨는 "5월이면 이사 비수기라 방 구하기가 수월할 줄 알았는데 막상 알아보니 괜찮은 월세는 거의 없었다"며 "조건이 맞는 곳은 이미 계약됐거나 월세와 관리비 부담이 예상보다 커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구 원룸·오피스텔 시장은 대학생 개강과 신입생 입주 수요가 몰리는 12~2월 사이 거래가 집중되는 구조다. 선호도가 높은 월세 매물은 이 시기에 대부분 계약이 마무리되고, 이후 3~6월은 거래량이 줄어드는 비수기에 접어든다.

다만 거래량이 줄어든다고 해서 방을 구하기 쉬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이미 성수기에 인기 매물이 상당수 소진된 데다 비수기에는 신규 매물 공급도 많지 않아, 취업·이직 등으로 뒤늦게 이사를 준비하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선택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월세 쏠림 현상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의 확정일자 부여현황을 보면 올해 4월 기준 대구의 전·월세 거래 비중은 전세 33.3%, 월세 66.7%로 집계됐다. 사실상 월세 중심 시장으로 재편된 셈이다. 특히 다가구·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에서 월세 집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대구 서구의 월세 비중은 73.1%로 가장 높았고, 대학가가 밀집한 북구도 68.1%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임대차 시장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6년 3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지방 비아파트 월세 거래 비중은 87.8%로 최근 5년 평균(69.8%)을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지방 전세 거래량은 전년 동월 대비 14.2% 감소한 반면 월세 거래량은 44.9% 증가했다. 전세사기 여파와 고금리 기조 속에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흐름이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거래량 자체는 성수기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부동산지인'에 따르면 26일 기준 대구 전월세 거래량은 1천124건으로, 올해 1월(3천337건)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거래 감소가 곧 선택지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강 전 수요가 빠르게 빠져나간 뒤 선호 매물이 대부분 소진되면서, 현재 시장에는 비교적 오래된 구축 위주 매물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지역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비수기인 3월 이후에는 전용면적 25~33㎡ 기준 다가구·다세대주택도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5만~50만 원 수준의 매물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구 북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인기 있는 원룸과 오피스텔 월세는 대부분 개강 시즌 전인 겨울에 계약이 끝난다"며 "지금 시기에는 갑작스럽게 이사를 해야 하는 직장인이나 청년 수요가 적지 않지만 선택할 수 있는 방 자체가 제한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청년층의 주거 이동 시기가 취업과 이직, 독립 등으로 다양해졌지만 원룸 시장은 여전히 대학가 중심 계절 수요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성수기를 놓친 수요자들은 남은 매물 안에서 가격과 주거 여건을 타협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며 "전세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이어지는 한 월세 선호 현상도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고은 기자 goeun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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