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vs 1만원… 삼전 성과급에 난감한 최저임금위
중기·노동자 모두 상대적 박탈감 호소
"(삼성전자 연봉과 최저임금 노동자의 격차가)개인의 '운'으로만 설명하기엔 너무나 아득해졌다."(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
"절대다수의 중소기업, 소상공인, 또 그 근로자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고통받고 있다."(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내년 최저임금 논의에서 삼성전자의 수억원대 성과급이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는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삼성전자를 언급하며 이 같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 노동계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했고, 경영계에서는 동결도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최저임금위는 어떤 결정을 내려도 노사 양측의 박탈감을 해소해주기 어려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내년 최저임금으로 올해(시간당 1만320원)보다 26.6% 오른 시간당 1만3070원을 요구할 방침이다. 노동계는 지난해 최저임금으로 전년보다 14.7% 오른 시급 1만1500원을 제시한 바 있는데, 올해는 인상폭을 더 높였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전년보다 2.9%(290원) 올랐는데,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기였던 김대중 정부 첫 해(1998년 심의)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인상률이었다.
반대로 경영계는 경제 여건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지금처럼 대내외 여건이 모두 악화한 상황에서는 최저임금 동결조차도 아마 현장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양측의 입장이 이처럼 첨예하게 엇갈리는 이유는 바로 이날 임금협상(임협)을 체결한 삼성전자의 '아득한' 억대 성과급 때문이다.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반도체 사업 성과를 기반으로 한 성과급 재원이 신설되며 메모리사업부 직원의 경우 연봉 1억원 기준 최대 6억원 수준의 보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특별경영성과급과 초과이익성과급(OPI) 등을 포함할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일부 직원의 실질 보상 수준이 시간당 30만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연봉 1억원 기준 최대 6억원 수준의 성과 보상을 연간 총보수에 반영해 통상 근로시간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올해 최저임금의 약 30배 수준이다.
최근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임직원의 올해 1분기 평균 보수는 약 36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1200만원 내외로, 전년 동기 대비 25%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는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며,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성과급 확대 영향이 크게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를 두고 노사의 해석은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 사용자 측은 산업별 수익성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에서 일률적인 최저임금 체계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내수 둔화를 함께 언급하며 업종별 지불 능력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노동계는 삼성전자 사례를 통해 드러난 보상 격차 자체를 문제 삼았다. 성과급을 포함할 경우 일부 대기업 직원의 보상은 수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수준까지 확대되는 반면, 최저임금 노동자는 생계 유지 수준에 머무르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격차가 사회적 박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중심으로 대기업 실적이 급반등하는 반면, 내수 기반 산업과 중소기업·저임금 노동자 체감 경기는 여전히 침체돼 있다는 점에서 임금 양극화 논쟁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는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이어진 억대 성과급 논란이 최저임금 협상을 역대급으로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위원회는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이번 달 말까지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지금껏 최종 시한에 맞춰 제출한 것은 9차례에 불과하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