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교체 수술 부담 던다…체내 삽입 의료기기 ‘발열 없는 무선 충전’ 기술 개발
94% 넘는 압도적 효율 증명
주기적 절개 수술 받는 환자들에게 ‘희소식’

앞으로 인공심박동기나 신경자극기 같은 체내 삽입형 의료기기를 가진 환자들이 주기적으로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과 통증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연구진이 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여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무선 충전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기전자공학과 변영재 교수 연구팀은 체내 의료기기의 실시간 전력 사용량에 맞춰 에너지를 유연하게 전달하는 새로운 무선 전력 전송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심박동기와 같은 첨단 기기 내부에는 강한 전류가 필요한 ‘자극 회로’와 적은 전류로 숨 가쁘게 움직이는 ‘데이터 처리 회로’가 공존한다. 기존 무선 충전 기술은 전력이 들어오는 통로가 하나로 고정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기기가 어떤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전력 매칭이 맞지 않아 에너지가 밖으로 새어 나갔고, 이 손실된 에너지는 고스란히 ‘열’로 변해 체내 조직을 자극하거나 부작용을 낳는 원인이 됐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기 내부에 스마트 전자 스위치를 심었다. 기기가 많은 전류를 쓸 때와 적은 전류를 쓸 때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각각의 상황에 딱 맞는 ‘전용 정합 회로(관문 회로)’로 전력 경로를 순간적으로 변경해 주는 방식이다.
여기에 외부에서 들어온 교류(AC) 전력을 기기가 사용할 수 있는 직류(DC) 전력으로 바꾸는 ‘정류 과정’도 손질했다. 전류가 전환되는 타이밍에 맞춰 스위치가 켜고 닫히는 시점을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변환 과정에서 새어나가는 전력까지 꽁꽁 틀어막았다.
실제 실험에서 나타난 효율은 매우 안정적이었다. 체내외 코일 사이에서 전력이 넘어가는 ‘링크 효율’은 전류가 적은 저부하(3㎃) 상태에서 94.4%, 전력 소비가 큰 고부하(30㎃) 상태에서도 92.7%라는 고효율을 유지했다.
또한 교류를 직류로 바꾸는 능동 정류기의 변환 효율 역시 최고 94.5%를 기록했으며, 전압이 2.5V에서 5.0V까지 급격하게 변하는 불안정한 환경에서도 92.3% 이상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뽑아냈다.
이번 연구는 체내 삽입형 기기의 최대 약점이었던 ‘짧은 배터리 수명’과 ‘충전 중 발열’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배터리 수명이 늘어나면 기기 교체를 위해 몇 년마다 반복해야 했던 환자들의 절개 수술 주기 역시 획기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변영재 교수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무선 충전 기술이 장시간 안전하게 작동해야 하는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의 신뢰성을 크게 높여줄 것”이라며, “의료 분야뿐만 아니라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초소형 IoT(사물인터넷) 기기 등 전력 효율이 핵심인 다양한 산업에도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반도체 및 회로 시스템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IEEE 트랜잭션스 온 베리 라지 스케일 인터그레이션 시스템(Transactions on Very Large Scale Integration Systems)’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울산=장지승 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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