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트먼의 ‘변심’…“AI가 사무직 일자리 파괴하지 않는다”
“AI가 사무직 대체할 거란 예측 완전 빗나가”
“그 사실에 오히려 기뻐” 솔직하게 변심 밝혀
노동력 고유가치, 상호작용 필요성 대체 못해
최근 감원, 거시경제적 불안과 이민정책 때문
인간 유대감과 고차원적 조율, AI외주화 한계

인공지능(AI) 혁명의 최전선에 서 있는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이 최근 정보기술 업계와 노동시장을 뒤흔들었던 ‘AI로 인한 화이트칼라 일자리 종말론’에 대해 기존의 입장을 바꾸는 주목할 만한 발언을 내놨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최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테크 콘퍼런스에 참석해 커먼웰스은행의 맷 코민 CEO와의 대담 중 생성형 AI가 사무직 일자리를 대거 파괴할 것이라던 자신의 과거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인정했다.
올트먼은 이 자리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화이트칼라, 그중에서도 특히 진입 장벽이 낮은 초급 수준의 사무직 일자리를 순식간에 소멸시킬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시장의 변화는 이와 다르게 흘러갔다며,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에 오히려 기쁨을 느낀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이는 챗GPT 출시 이후 전 세계 노동시장에 불어닥친 고용 불안 공포를 가장 앞장서서 자극했던 실리콘밸리의 핵심 경영인이 스스로의 예측 실패를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며 심층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그동안 인공지능 업계와 경제학계 전반에서는 생성형 AI의 비약적인 발전이 단순 반복적인 행정 업무나 고객 서비스, 기초적인 데이터 분석 등을 담당하는 청년층 및 초급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입지를 가장 먼저 위협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앤스로픽의 공동 창업자인 다리오 아모데이 등 경쟁사 수장들은 인공지능의 확산으로 인해 초급 사무직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지고 전체 실업률이 2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이른바 ‘일자리 아포칼립스’를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트먼은 이번 대담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이 기업의 의사결정과 운영 방식을 급격하게 재편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인간 노동력의 고유한 가치와 상호작용의 필요성까지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실제 경영 현장에서 증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도입해 특정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는 성공했을지언정, 비즈니스의 핵심인 인간적 유대감과 고차원적인 조율 작업을 인공지능에 전적으로 외주화하는 것에는 명백한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트먼은 이러한 현상의 구체적인 예시로 오픈AI 내부에서 진행했던 실험적 시도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오픈AI는 사내에서 주고받는 ‘슬랙’ 메시지나 이메일 회신 업무를 AI가 자동으로 생성하도록 설정해 운영해 보았으나, 결과적으로 인간 간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상당수의 상호작용을 다시 인간의 손으로 되돌렸다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도 인공지능에 타인과의 관계나 소통을 온전히 맡기는 미래는 상상하기 어렵다며, 업무 효율성 증대와 별개로 조직과 비즈니스를 지탱하는 ‘인간적 요소’의 중요성을 재발견했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거세게 불었던 글로벌 테크 기업 및 금융권의 대규모 감원 바람 역시 인공지능에 의한 직접적인 일자리 대체라기보다는, 경영진들이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이나 이민 정책 변화 등 다른 요인으로 인한 구조조정의 핑계로 인공지능을 내세우는 이른바 ‘AI 워싱’의 측면이 강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올트먼의 이번 발언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전능한 대체재가 아니라, 과거 인터넷이나 스프레드시트의 등장처럼 인간의 생산성을 극대화해 주는 고도의 도구에 가까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처리 프로세스는 인공지능이 전담하더라도, 최종적인 판단과 고수준의 감독, 그리고 협업을 위한 소통은 여전히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남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기술의 진화 속도가 워낙 가파른 탓에 노동 시장의 단기적 변화와 혼란이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며, 초급 개발자나 하위 직무의 채용 지형이 변하고 있다는 통계적 신호도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올트먼 역시 미래의 불확실성과 AI의 초지능 단계에서 리스크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 혁명의 최정점에 있는 인물이 일방적인 고용 종말론의 오류를 인정하고 인간적 상호작용의 가치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이번 그의 ‘변심’은 앞으로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수용하고 인간 고유의 역량을 어떻게 연마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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