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파두부·갈비찜·닭갈비, 암환자 식단 맞나요?…영양에 맛까지 잡았다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6. 5. 2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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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케어푸드 시장 급성장
유동식·단백질음료는 거들뿐
맛있는 고열량 식단 입맛 돋워
‘건강할 때처럼 먹네“ 희망줘
암 경험자 300만…R&D 진화
삼성서울병원과 삼성웰스토리가 암 환자를 위해 3년 간 개발한 ‘고밀도 케어푸드’다. [사진=삼성서울병원]
70대 중반 신 모씨는 작년 항암 치료의 고통을 잊지 못한다. 신씨는 “방사선 치료를 하고 난 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더라. 죽도 삼키기 힘들어 살이 쭉 빠졌다”면서 “먹은 것도 없이 헛배만 부르고 가스 차고 화장실도 못 가고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암 경험자(암 진단을 받았거나 완치한 사람) 300만명 시대, 환자들의 식탁을 바꾸려는 연구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통상 암 수술을 마친 환자들에게는 묽고 밍밍한 ‘병원 죽’이나 간이 안 된 유기농 식단이 제공됐지만, 최근엔 맛있고 몸에도 좋은 ‘케어푸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암 환자의 영양 상태는 예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임상 현장에선 ‘암 환자의 10~20%가 암이 아닌 영양실조로 사망한다’는 데이터가 공유될 정도다. 특히 최근 정밀의료가 도입되고 암을 극복한 사람들이 ‘예방 식단’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다양한 메뉴가 출시 중이다.

케어푸드 1세대는 ‘마시는 링거’로 불리는 액상형 영양 보충식이다. 대상웰라이프의 ‘뉴케어’, 종근당건강의 ‘캔서코치’, 매일유업의 ‘메디웰’ 등이 대표적이다. 식사를 전혀 하지 못하거나 경관 급식(콧줄 식사)이 필요한 환자들이 캔 하나만으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필수 3대 영양소와 비타민, 무기질을 균형 있게 섭취하도록 설계됐다.

초기엔 특유의 비릿한 맛이 한계로 지적됐으나 최근엔 암 환자 전용으로 설계돼 당 함량을 낮추거나 오메가3 성분을 강화하는 등 기능적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커피와 초코, 단호박 등 다양한 풍미를 더해 환자들이 거부감 없이 마실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 군은 삼킴 장애(연하 곤란) 환자의 생명줄 역할을 하는 ‘점도 증진제’와 ‘연하 보조식’이다. 뇌졸중이나 두경부암, 혹은 노인성 퇴행으로 인해 음식을 삼키는 기능이 약해진 환자들은 물처럼 묽은 액체를 마실 때 사레가 들려서 폐렴(흡인성 폐렴)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음식이나 음료에 무색·무취의 가루 형태인 점도 증진제를 섞어 젤리나 푸딩 형태로 농도를 조절한다.

최근엔 단순히 가루를 섞는 수준을 넘어 일반 음식을 갈아서 제형화하되 원래 음식의 모양을 그대로 재현해 환자의 식욕을 돋우는 물성 제어 기술이 케어푸드의 핵심 연구개발(R&D)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세 번째 군은 특정 질환이나 증상에 맞춰 특정 성분만 집중 공급하는 단백질·미네랄 보충제다. 수술 후 급격한 근감소증을 겪는 암 환자를 위해 흡수율이 높은 분리유청단백(WPI) 함량을 극대화하거나 장내 환경 개선을 통해 면역력을 높이는 식이섬유와 프로바이오틱스를 강화한 분말형 제품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엔 ‘씹는 즐거움’과 ‘일반식의 맛’을 유지하면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식단형 식사관리식품’도 선보였다. 삼성서울병원과 삼성웰스토리가 3년간 공동 연구해 선보인 ‘고밀도 케어푸드’가 대표적이다. 연구의 핵심은 조금만 먹어도 충분한 열량을 내는 고용량 설계다.

의료진의 처방과 연계될 수 있도록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메뉴로 구성했다. 전복미역죽, 황태두부죽 등 고영양 죽은 물론 소불고기나 닭갈비, 갈비찜, 마파두부 등 20여 종의 일반식 제품도 있다. 항암 치료로 저하된 식욕을 돋우기 위해 적절한 매운맛을 가미하고, 고령친화식품 기준에 맞춰 농도와 경도를 정밀 설계했다. 식도암 수술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영양 지침 이행 비율이 22.2%에서 55.6%로 2.5배 급증할 정도로 환자 호응도 좋다.

연구에 참여한 이진희 삼성서울병원 종양전문간호사는 “병원이 만든 제품이 일반식처럼 맛있다는 경험은 환자에게 ‘나도 다시 평소처럼 먹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며 “이러한 심리적 기제가 실제 치료 예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정밀 영양을 향한 의료계의 노력은 디지털 기술과도 결합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위암 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개인별 맞춤 식단을 추천하는 전용 앱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 중이며 한국식품연구원은 고령자와 환자를 위한 물성 제어 기술을 표준화하며 공공 의료 인프라스트럭처로서의 케어푸드 기틀을 닦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와이즈가이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케어푸드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38조원에서 2035년 53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제 영양은 환자 개인의 노력이 아닌, 의료 데이터와 식품 R&D가 결합한 전문적인 서비스의 영역”이라며 “환자 삶의 질까지 고려한 ‘먹는 치료’가 암 정복의 새로운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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