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는 제주 말고, 나만 알고픈 제주여행을 꿈꾼다면 [여책저책]
남의 시선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자신의 진짜 모습이나 능력을 발휘하기 힘듭니다. 틀에 박힌 대로 계획된 일만 하다 보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여행 속으로 가져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눈치보다 자신이 하고 싶거나 보고 싶은 것을 못하고, 벽 너머에 있는 아름다운 자연을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여행플러스는 가공되지 않은 길 위에서 마주하는 낯선 공기, 그 안에서 숨을 고르는 청춘들에게 진짜 나를 되찾는 길라잡이 역할의 책을 만납니다.
심귀연·김운하 공저 | 지혜의 산

책 ‘제주에서, 우리는 다른 곳을 본다’는 이러한 익숙한 감상의 이면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우리가 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풍경 너머에는 아직 보지 못한 또 다른 제주가 존재하지 않을까.” 철학자 심귀연과 소설가 김운하, 두 저자는 함께 발을 맞추며 심해 지하수를 퍼 올리듯 ‘제주’를 길어 올렸다. 책은 단순한 여정의 기록을 넘어 자연과 인간, 시간과 기억이 어떻게 한 섬에 켜켜이 쌓여왔는지 살핀다.
두 저자가 주목하는 제주의 첫 번째 얼굴은 180만 년에 걸친 화산 활동이 빚어낸 지질학적·생태학적 심층이다. 제주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이라는 유네스코 ‘3관왕’ 타이틀을 거머쥔 생태계의 보고다. 책은 1만여 년 전 고산리 유적지에서 시작해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수월봉 지질 트레일 등을 짚으며 거대한 자연의 역사를 추적한다.

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자연의 경이로움 속에 깃든 인간의 역사와 생태적 공존이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뒤에는 늘 바람과 재난을 견뎌야 했던 인간의 고단한 삶과 근현대사의 깊은 상흔이 교차한다.
세계에서 가장 긴 용암동굴이자 고고학적 가치를 지닌 빌레못 동굴은 제주 4·3 사건의 참혹한 비극이 잠든 장소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송악산 해안 절벽 아래에 있는 일제강점기 제주도민을 강제로 동원해 파놓은 군사 진지 동굴 역시 흉터처럼 남아 있다.
몽골의 지배와 관리들의 수탈, 11세기 한라산 화산 폭발의 재해 속에서도 제주도민들은 섬을 버리는 대신 한라산의 신화를 빚어내며 삶을 지속했다.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거친 ‘숨비소리’를 뱉어내는 해녀들의 삶도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라 바다 생태계와 공생해 온 끈질긴 생의 기록이다.
제주는 인간의 탐욕이 지구 기후와 생태를 뒤흔드는 한 가운데를 걷고 있다. 송악산 전체를 유원지로 만들려던 국제 사기 소동부터 최근의 스포츠타운 건립 계획까지, 자연을 자본의 도구로만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저자들은 강력한 경고를 보낸다.

책은 철학자의 깊이와 소설가의 감각이 아름답게 교차하며 독자를 제주의 깊은 속살로 안내한다. 풍경은 이야기가 되고, 지질은 기억이 되며, 익숙했던 명소들은 전혀 새로운 세계의 서사로 살아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 독자들은 제주의 푸른 바다가 단순한 평면이 아닌, 수백만 년의 시간과 삶의 숨결이 겹겹이 겹쳐진 입체적인 공간임을 깨닫는다.
독자가 책에 동봉된 색실과 바늘로 직접 표지 위에 자신만의 제주 지도를 그려볼 수 있도록 기획한 독자 체험형 구성은 이 책이 지향하는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제주’라는 모티브를 더욱 특별하게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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