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 일진, 지주사 반납 뒤 알피니언에 동시다발 수혈…신성장동력 현주소

신성우 2026. 5. 2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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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진단] 일진⑤
2008년 인수한 의료기기 업체…결손 899억
그동안 홀딩스가 자금 지원 짊어지던 구조
작년 6월 357억 증자 계기 지배구조 재편
3개 자회사 전기·다이아·디앤코 293억 분담 

작년 2월, 중견 전력·소재·부품 그룹 일진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지위를 반납했다. 뒤이어 6월에는 신성장동력으로 키워온 자회사의 주주명부에 또 다른 3개 사업 자회사가 무더기로 이름을 올렸다. 지주사가 유일한 주주사(社)로서 자금 지원을 홀로 짊어져왔던 점에서 보면 이례적이다.   

즉, 재무 부담을 분담하는 형태로의 지배구조 개편은 미래 먹거리로 ‘의료’에 꽂힌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좀처럼 안정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현주소를 보여준다. 알피니언(Alpinion)메디칼시스템이 진앙지다. 

2대 경영자 한 때 이사회 참여

알피니언은 2007년 4월 설립된 바이메드(VIMED)시스템(2010년 3월 현 사명으로 변경)을 전신(前身)으로 한 진단용, 치료용 초음파 기기 제조업체다. 미국, 독일, 중국에 해외 판매법인을 두고 있다. 2008년 4월 일진그룹이 인수했다. 

일진의 2대 경영자 허정석(57) 부회장의 전문경영인 중용 기조대로, 알피니온 또한 김진하→고석빈→최영춘→박현종 대표에 이어 현재는 2024년 7월 영입한 이인규(62) 대표가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LG맨이다. 1991년 LG전자에 입사해 소형OLED 사업부장, RMC사업부장, TV/모니터 사업부장과 도쿄 법인 대표 거쳤다. 이어 2019년 LG이노텍 전략부문장(부사장) 등을 지낸 뒤 알피니온으로 자리를 옮겼다.    

알피니언 계열 편입 당시 허 부회장은 일진홀딩스 공동대표였다. 비록 2017년 3월 알피니언 이사회에서 물러났지만, 허 부회장 또한 알피니언 인수 직후부터 사내이사로서  경영을 챙기기도 했다. 미래 성장동력인 의료기기 분야의 육성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대와는 180도 딴판이다. 2011년 101억원을 시작으로 매출(2021년 이후 연결기준)이 발생한 이래 2022년 760억원을 찍었을 뿐 장기간 정체 양상이다. 2014년 이후 작년까지 12년간 들쭉날쭉하며 450억~670억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수익성은 더 문제다. 2011년 이후 순손실을 냈던 해가 9년이나 되고, 누적 규모가 한 해 많게는 369억원(2017년) 총 1011억원에 달한다. 2023년 이후로도 13억~95억원 3년 연속 적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흑자를 냈던 해는 6년뿐이다. 액수도 많아야 한 해 61억원(2022년) 도합 163억원에 머문다. 지난해 말 결손금이 899억원에 달한다. 알피니온 지배구조에 급격한 변화를 불러온 이유다.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 재무실적

2020년 4개사 CB 290억 분담

원래 알피니온에 대한 투자는 전적으로 홀딩스 몫이었다. 홀딩스(당시 일진전기에서 2008년 7월 지주 전환)가 52억원에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한 뒤 2017년 말까지 거의 매년 유상증자 출자와 전환사채(CB) 인수 등을 통해 총 803억원을 투입했다. 이에 따라 지분도 94.3%나 됐다. 

홀딩스의 연쇄적인 ‘수혈’은 알피니언이 적자 누적으로 2017년 말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정도로 재무상태가 부실했던 탓이다. 결손금이 1093억원에 달하며 자산(566억원) 보다 부채(629억원)가 63억원 많았다. 

일진 창업주 허진규(86) 회장과 허 부회장 부자(父子)가 당시 알피니언 지분 각각 1.9% 주주로 있던 것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계열 통합에서 비롯됐다. 2015년 10월 홀딩스의 경영 컨설팅 자회사 아이텍에서 연구개발 및 지식·정보 부문을 아이제이로 인적분할한 뒤 알피니언과의 합병이 그것이다.  

아이제이는 자기자본 195억원에 현금성자산 45억원, 단기대여금 150억원을 갖고 있던 상태다. 합병을 계기로 아이제이 70% 1대주주였던 홀딩스와 함께 각각 지분 15%를 갖고 있던 오너 부자 또한 알피니언으로 갈아탔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2019년까지 완전잠식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전적으로 홀딩스가 담당했던 알피니언 자금 지원을 사업 자회사들도 나눠 짊어지기 시작했다. 알피니언이 발행한 5회차 영구 CB 290억원에 기인한다.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 지배구조 변화

지주 반납, 재무 분담 위한 정지작업

2020년 8월 홀딩스 50억원 외에 3개 자회사 일진전기·일진다이아·일진디앤코가 각각 8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만기가 2040년 8월까지 총 20년짜리다. 다만 알피니언에게 조기상환청구권(콜옵션)이 주어졌다. 상환보장수익률은 발행 후 5년간 3%다. 주당 전환가는 1025원(액면가 500원)이다. 

무엇보다 알피니언의 빚을 갚아주기 위한 용도다. 알피니언은 2016년 8월 스틱인베스트먼트를 대상으로 4회차 CB 250억원을 발행했다. 만기 5년(2021년 8월)에 이자율 3%, 전환가 3600원짜리다. 알피니언의 부실 탓에 주식으로 전환될 리 만무했고, 만기 1년을 앞두고 조기상환했다. 

알피니언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포석도 깔고 있었다. 영구 CB 290억원이 자본잉여금으로 잡혔다. 이어 2020년 10월 5대 1 무상감자를 실시해 감자차익 272억원으로 결손금(1140억→856억원)을 줄였다. 자기자본이 마이너스(107억원)에서 플러스(193억원)으로 전환하며 완전자본잠식을 해소했다. 

4개사는 작년 6월에 가서는 아예 CB를 까주고, 추가로 67억원을 자본으로 대줬다. 알피니언에 주당 1870원에 총 357억원을 출자한 것. 홀딩스 65억원, 일진다이아 110억원, 일진전기 99억원, 일진디앤코 84억원이다. 알피니언은 이 자금으로 CB는 전액 상환했다.  

앞서 작년 2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지위 반납은 이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일 수 있다. 홀딩스(2024년 말 별도자산 2490억원)는 2017년 7월 지주 자산요건 1000억→5000억원 상향으로 원래는 적용 대상이 아니었지만 10년(2027년 6월) 유예에 따라 지위를 유지하다가 내려놓았다. 자회사의 손자회사 외 계열사 주식 취득이 가능해졌다.   

알피니언에 대한 8년만의 자본 수혈을 계기로 유일한 주주사였던 홀딩스 지분은 94.3%→49.8%로 축소되고, 새롭게 일진다이아(18.0%), 일진전기(16.2%), 일진디앤코(13.7%) 등 3개 자회사가 주주사로 등장했다. 결과적으로 일진그룹이 새 먹거리를 확보하는 데 많은 품을 팔고 있는 모양새다.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 지배구조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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