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룰' 도입만 기다리는 손보사…'적자의 늪' 빠진 자동차 보험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2026. 5. 2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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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서초구 잠원IC 인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왼쪽)·하행선 방향 차량들이 서행하고 있다. 2026.2.18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를 제한하는 이른바 ‘8주룰’ 도입이 하반기로 밀리면서 보험업계와 한의업계 간 갈등이 다시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적자가 1년 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과잉진료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한의업계와 소비자단체는 환자의 치료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의원만 가면 치료일수 2배로 늘어나…경상환자 치료 8주면 '충분'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의 한방치료 이용 경상환자(상해급수 12~14급)의 평균 치료일수는 지난해 기준 10.6일로 양방치료의 평균인 5.6일보다 약 2배 길었다.

또 국토교통부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체 경상환자의 90%는 8주 이내에 치료를 종결했고, 8주를 초과해 치료받은 환자의 87.8%는 한방환자였다. 특히, 양방환자의 86.3%가 4주 이내 치료를 종결하는 것과 달리, 한방환자의 13.8%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았다.

실제 의료계의 '진단서 등 작성·교부지침(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경상에 해당하는 염좌·긴장 증상의 경우 치료 종결까지 필요한 기간을 4주로 정의하고 있고, 산재보험에서도 염좌의 표준 요양기간을 6주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근로자의 조속한 사회 복귀를 목적으로 하는 산재보험에서도 염좌의 표준 요양 기간을 6주 이내로 관리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경상환자에 대한 8주 치료 기간은 의학적 회복에 필요한 기간을 충분히 상회하는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보험업계는 자동차 사고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를 관리하기 위한 이른바 '8주룰' 도입을 추진 중이다. 8주룰은 자동차 사고 경상환자가 사고 후 8주를 넘겨 치료를 받을 경우 추가 진단서와 치료 필요성 자료 등을 제출하고 별도 심사를 받도록 하는 제도로, 보험금 누수를 줄이고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8주룰은 한의학계와 소비자 단체 등의 반대로 도입이 미뤄지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8주룰은 경상환자의 치료를 획일적 기준으로 제한하고, 국민의 치료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당초 8주룰은 올해 초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미뤄지며 하반기로 연기됐다. 현재 8주룰은 법제처가 시행령 심사를 마치고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 절차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이처럼 보험업계와 한의업계 등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정부는 8주룰의 구체적인 시행 시점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8주룰 시행을 위해서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구체적인 시행 시점을 발표하고, 감독기관인 금융당국이 보험 약관을 고치는 등 시행 세칙도 개정해야 한다.

5년 만의 보험료 인상에도 자동차보험 적자 심화…손해율 악화

보험업계가 8주룰 도입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악화되는 자동차보험 수익성이 있다.

삼성·메리츠·DB·현대·KB손보 등 5개 대형 손보사의 올해 1분기 자동차보험 손익은 총 461억 원 적자다.

자동차보험 적자는 4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5개 대형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1%로 전년 동기 대비 1.9%포인트(p)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 구간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자동차보험 손익이 지난해 3월 이후 1년 내내 적자 구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3월 77.5%를 제외하고, 매월 적자구간에 머물러 있었다. 특히, 7월과 9월, 11~12월 손해율은 90%를 넘어서며 적자가 심화됐다.

지난해 말 전체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익은 7080억 원 적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983억 원 손실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손해율은 87.5%로 3.7%p 상승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사고 보상금 합계를 보험료로 나눈 지표로, 통상 80%대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업계는 자동차보험 합산비율이 1%p 상승할 때마다 1600억~18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적자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차량 5부제 미운행 요일을 지키면 자동차보험료를 연간 기준 2% 할인해 주는 '차량 5부제 할인 특약'이 신설되는 만큼 올해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적자 부담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5년 만의 보험료 인상에도 제한적인 인상폭과 과거 4년간 이어진 보험료 인하 영향이 여전히 반영되고 있다"며 "한방병원 등 경상환자 과잉의료와 부품비·수리비 등 물적사고 손해액 증가 추세 등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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