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사고로 500억 국민혈세 손실에도 ‘징계 안 한 육군’…“돌풍 때문에”[이현호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6. 5. 27. 06: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돌풍 등 환경 요인·관련자 과실 확인안 돼”
“자연재해 탓하며 사고 쉬쉬 무책임한 행태”
지난 2025년 3월 17일 육군 대형 무인정찰기가 지상에 있는 헬기와 충돌한 사고 현장 모습 . 연합뉴스

지난 2025년 3월 17일 경기 양주시 소재 육군 모부대 항공대대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군용 무인기 ‘헤론’이 지상에 있던 다목적 국산 헬기 ‘수리온’(KUHC-1)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약 30분 만에 헬기에 난 불은 꺼졌고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사고 헬기와 무인기 모두 전소됐다.

헤론은 작전사령부급(대장) 무인정찰기다. 우리 군은 2016년부터 3대를 이스라엘에서 도입해 실전 배치했다. 크기는 세로 8.5m, 가로 16.6m에 달한다. 탐지 거리가 20∼30㎞에 달해 서해5도 북쪽 황해도 해안포와 경기도 이북 북한 장사정포 등을 감시한다. 문제는 이번 사고로 3대 모두 추락·충돌 사고 등으로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북 감시에 필요한 핵심 전략 자산이 충돌사고로 전소되면서 수백억 원의 피해액이 발생한 사고에 대해 육군은 관련자들을 어떻게 처벌했을까. 육군에 따르면 당시 사고와 관련한 지휘관·조종사·정비 관계자 등에 대한 별도의 징계와 인사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에게 일정 부분의 변상조치 결정도 없었다.

육군 관계자는 “사고 직후 중앙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원인에 대해 면밀히 조사했다”며 “조사 결과 당시 사고는 돌풍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됐고 지휘관·조종사·정비 관계자 등의 과실이 전혀 확인되지 않아 관련자들에 대한 별도의 징계 및 인사조치는 시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육군은 육군본부 정보차장(준장)을 중심으로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진 등 20여 명이 참여한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군 무인정찰기와 헬기 간 충돌사고는 기체 결함이 아닌 ‘돌풍’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결론냈다. 그러면서 돌풍 경보시스템 도입과 무인기의 헬기 계류장 진입 방지 그물망 설치 수준에서 충돌 사고를 마무리했다.

육군의 군단급 무인정찰기 ‘헤론’이 활주로에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일보

논란이 되는 건 이 사고로 초래된 서북도서와 수도권 접적 지역 등 대북 감시 공백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우려다. 육군은 사고 직후 지상작전사령부 예하 무인기 비행을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특히 강선영 의원실에 따르면 충돌사고로 국민혈세 500억 원가량의 손실액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충돌 사고로 헤론 2대가 사용이 불가능함에 따라 육군은 대북 감시 차질이 없도록 차기 작전사령부급 무인정찰기 도입을 서둘러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2027년과 2028년에 1대씩 우선 도입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2016년 헤론 3대와 지상통제체계(GCS)를 약 400억 원에 도입했다. 대당 가격은 30억 원 수준이다.

일각에선 징계와 인사조차가 없다면 국민혈세 수백억 원이 발생한 데 따른 일부 변상책임을 묻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컨대 감사원이 공군의 비행기 충돌 사고에 대한 조종사에게 변상하라는 결정 사례처럼 군 기강 해이 차단과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피해액 일부를 변상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23일 감사원은 공군 전 조종장교 A소령이 인사이동 전 마지막 비행을 기념해 촬영을 시도하던 중 탑승한 전투기의 꼬리날개와 같은 편대 다른 전투기의 좌측 날개가 충돌하는 사고를 유발해 약 8억 7870만 원의 수리비 손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수리비 10분의 1인 약 8787만 원을 변상금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강선영 의원실은 “육군은 국회에 비공개 보고를 통해 정비 시간 부족에 따른 비행 안정성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우려했는데 넉 달 만에 현실화 됐다”며 “자연재해 탓을 하며 사고를 얼버무리려 하고 대국민 사과는 물론 사고 관련자에 대한 징계와 인사조치를 전혀 하지 않는 건 사건을 쉬쉬하려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