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염은 재난, 온열질환 예방은 생명권 보호

폭염은 더 이상 계절적 불편이 아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고온 현상은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산업재해의 한 유형으로 굳어지고 있다. 특히 건설·조선·물류 현장처럼 야외 작업과 고열 환경에 노출되는 사업장은 여름철마다 위험의 최전선에 놓인다. 온열질환자가 감시체계 가동 직후부터 잇따라 발생했다는 사실은 올해 폭염 대응이 결코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정부가 폭염 고위험사업장 1000곳을 대상으로 예방수칙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무더위 시간대 불시감독에 나서기로 한 것은 필요한 조치다. 시원한 물, 냉방장치, 충분한 휴식, 보냉장구, 신속한 119 신고 체계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기본 의무다. 문제는 현장에서 이 원칙이 얼마나 실제로 지켜지느냐다. 폭염 대책이 서류상 계획에 그친다면 노동자는 여전히 뜨거운 작업장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
체감온도별 작업중지 기준을 세분화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에서는 주기적 휴식이 필요하고, 35도 이상에서는 무더위 시간대 옥외작업 중지가 권고된다. 38도 이상이면 긴급작업을 제외한 야외 노동은 멈추는 것이 마땅하다. 폭염 속에서 작업을 계속하는 것은 생산성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권의 문제다. 과거처럼 '조금만 더 버티자'는 식의 현장 관행은 더 이상 용납돼선 안 된다.
사업주의 책임도 분명해져야 한다. 온열질환 예방은 노동자의 개인주의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작업시간 조정, 휴게시설 확보, 냉방장비 설치, 관리감독자 배치, 응급대응 매뉴얼 마련은 모두 사용자가 선제적으로 이행해야 할 안전조치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안전 설비가 뒤처지기 쉽다.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가 실제 취약 현장까지 촘촘히 닿도록 집행 과정도 점검해야 한다.
폭염은 예고 없이 닥치는 사고가 아니다. 이미 기상 정보와 체감온도 기준, 온열질환 통계가 위험을 알려주고 있다. 막을 수 있는 재해를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책임 회피다. 정부의 감독은 엄정해야 하고, 사업장은 기준을 일상화해야 한다. 노동자가 더위 때문에 쓰러지지 않는 사회, 그것이 기후위기 시대 산업안전의 버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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