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일 다가올수록 ‘을’되는 예비부부 [충청권 웨딩분쟁 급증 원인은]
일방적 계약 변경·추가 비용 청구 잇따라
다른 서비스들 연결돼 있어 대체 불가능
‘일생 한번 뿐’ 심리 악용 업체 사례 많아
정부 표준계약서 마련 등 제도 정비 필요

[충청투데이 최광현 기자] #1. 충남 천안의 한 웨딩홀과 내달 예식을 계약한 예비 신부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계약 당시 안내받았던 신부대기실 인테리어가 사전 고지 없이 세 차례나 바뀐 것이다. A씨는 "신부대기실은 결혼식 당일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공간인데, 일방적으로 인테리어가 교체되는 동안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웨딩홀 측의 대응이 계약자마다 달랐다는 점도 문제였다. 동일한 불만을 제기한 다른 계약자는 일정 부분 조정과 보상을 받은 반면, A씨는 구제 없이 변경된 환경을 그대로 수용해야 했다. A씨는 "같은 문제를 두고 누구는 보상을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한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 '스드메'로 불리는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계약에서도 추가 비용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예비부부 B씨는 계약 당시 기본 서비스에 포함된다고 안내받았던 드레스 피팅 비용, 촬영 원본 사진, 헬퍼비 등이 계약 이후 별도 비용으로 청구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B씨는 "처음에는 다 포함된다는 식으로 설명을 들었는데, 막상 진행 단계에 들어가니 항목마다 추가금이 붙었다"며 "결국 예상보다 수백만 원을 더 지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웨딩업계의 일방적인 계약 변경과 추가 비용 청구 관행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예식일이 다가올수록 계약 해지나 재협상이 사실상 어려운 구조 탓에 소비자들은 부당한 처우에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을'의 위치에 놓이고 있다.
이 같은 관행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웨딩 시장의 구조적 특수성이 있다.
예식 관련 계약은 통상 예식일로부터 1년 전쯤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나 예식일이 임박할수록 다른 업체를 찾기 어려워진다. 웨딩홀과 스튜디오, 드레스숍, 메이크업숍 등 여러 서비스가 예식일을 중심으로 맞물려 있어 한 곳의 계약이 틀어지면 전체 일정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조건을 변경하더라도 소비자가 쉽게 거부하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지는 이유다.
실제 웨딩 관련 소비자 피해에서도 계약 해지와 위약금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예식 및 결혼준비대행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1076건 가운데 계약 해제·해지·위약금 관련 사례는 881건으로 전체의 81.9%에 달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결혼이 일생에 한 번뿐인 행사라는 소비자 심리를 일부 업체가 악용해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업체 인증·등록제를 도입하고 가격 공시를 의무화하는 한편, 정부가 직접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계약 단계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틀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광현 기자 ghc011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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