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 오는 이유? 스트레스?…먹는 약부터 살펴보세요

"잠이 안 와요."
약국에서 흔히 듣는 상담이다.
불면증은 잠들기 어렵거나(입면장애), 자주 깨거나(수면유지장애), 너무 일찍 깨 다시 잠들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단기 불면은 전체 인구의 약 30~50%가 경험할 정도로 흔하며 여성과 고령층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불면증 원인을 스트레스나 생활습관으로만 생각하면 놓치는 부분이 있다. 매일 먹는 약이 수면을 방해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약물은 뇌를 각성시키거나, 심장 두근거림을 유발하고, 화장실을 자주 가게 하거나, 수면 구조 자체를 바꿔 불면을 일으킬 수 있다.
혹시 최근 잠이 잘 오지 않는다면 복용 중인 약부터 한번 확인해 보자.
ADHD 치료제·각성제…"머리는 맑아지는데 잠은 안 와요"(대표 성분 : 메틸페니데이트, 암페타민계, 모다피닐)
ADHD 치료제나 기면증 치료제는 뇌를 깨우는 작용을 한다. 집중력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만 저녁 늦게 복용하면 잠드는 시간이 늦어질 수 있다.
환자들이 흔히 "약 먹고 정신은 또렷한데 잠이 안 온다"고 표현하는 경우다. 복용 시간 조절이 중요하다. 대부분 오전 복용이 권장된다.
항우울제인데 오히려 잠을 깨운다고?(대표 성분 : 플루옥세틴, 세르트랄린, 둘록세틴, 벤라팍신, 부프로피온)
항우울제는 모두 졸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일부 SSRI·SNRI와 부프로피온은 활동성과 각성을 높이는 특성이 있어 불면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금연치료에도 사용되는 부프로피온은 비교적 각성 효과가 강한 편이다. 항우울제 복용 후 불면이 생겼다면 임의 중단보다는 의료진과 복용 시간 조정을 상담해야 한다.
스테로이드…염증 잡는데 밤잠도 깨운다(대표 성분 : 덱사메타손, 프레드니솔론)
알레르기, 피부질환, 염증치료 등에 많이 쓰이는 스테로이드는 대표적인 불면 유발 약물이다. 체내 코르티솔과 유사하게 작용해 각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스테로이드 먹는 날은 밤새 뒤척인다"는 환자 이야기가 흔한 이유다. 스테로이드는 보통 아침 복용이 권장된다. 저녁 복용은 수면 방해 가능성이 높다.
혈압약 때문일 수도…밤마다 화장실 간다면?(대표 성분 : 푸로세미드,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이뇨제는 직접 잠을 깨우지는 않는다. 대신 야간뇨를 늘린다.
밤에 여러 번 화장실을 가면 수면 유지가 어려워지고 결국 만성 피로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일부 베타차단제(프로프라놀롤, 메토프로롤)는 멜라토닌 분비에 영향을 줘 불면이나 생생한 꿈을 유발할 가능성이 보고돼 있다. 이뇨제는 일반적으로 오전 또는 낮 시간 복용이 권장된다.
감기약 먹었는데 심장이 뛴다? 코막힘약 확인(대표 성분 : 슈도에페드린, 페닐에프린)
감기약 속 코막힘 성분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교감신경을 자극한다. 그래서 코는 뚫리지만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잠이 안 올 수 있다.
"감기약 먹었더니 잠이 다 깼다"는 경우라면 성분표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이어트약·커피도 대표적 불면 원인(대표 성분 : 펜터민)
식욕억제제는 교감신경을 자극해 각성을 높인다. 오후 늦게 복용하면 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카페인과 니코틴도 대표적인 각성 물질이다. 커피는 취침 6~8시간 전부터 제한하는 것이 좋다.
치매약도 잠을 방해할 수 있다(대표 성분 : 도네페질, 갈란타민, 리바스티그민)
치매 치료제는 악몽, 생생한 꿈, 야간 각성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다.
또 모르핀·옥시코돈 같은 마약성 진통제는 장기 복용 시 수면 구조를 변화시켜 깊은 잠을 줄일 수 있다.
약사의 한마디
잠이 안 온다고 무조건 수면제를 찾기 전 "내가 먹는 약 중 잠을 깨우는 약은 없을까?" 먼저 확인해 보자.
불면증은 스트레스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복용 중인 약물이 원인이라면 복용 시간 변경이나 약물 조정만으로도 수면이 개선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약국 상담 시 현재 복용 중인 약을 함께 확인하는 이유다.
* 해당 기사는 약사공론 학술 세션인 대한약사저널 학술 기고를 바탕으로 일반인을 위한 건강 정보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