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상속 처방전] 상속할 땐 ‘증여’ 이혼할 땐 ‘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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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존재 노종언·윤지상 대표변호사가 월2회 가사·상속 분야의 주요 실무 쟁점을 다루는 칼럼을 연재합니다.
"결혼할 때 전세금에 보태주신 돈인데, 이혼 소장을 접수하자마자 시부모님께서 갑자기 갚으라며 대여금 반환 소송을 걸어오셨습니다.", "아버지가 생전에 형에게만 몰아주신 사업자금, 상속재산을 나눌 때 미리 받은 몫으로 빼야 하는 것 아닌가요?" 가족 간 분쟁을 상담하다 보면 가장 빈번하고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이 바로 부모가 자녀나 자녀 부부에게 건넨 '목돈'의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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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존재 노종언·윤지상 대표변호사가 월2회 가사·상속 분야의 주요 실무 쟁점을 다루는 칼럼을 연재합니다.
"결혼할 때 전세금에 보태주신 돈인데, 이혼 소장을 접수하자마자 시부모님께서 갑자기 갚으라며 대여금 반환 소송을 걸어오셨습니다.", "아버지가 생전에 형에게만 몰아주신 사업자금, 상속재산을 나눌 때 미리 받은 몫으로 빼야 하는 것 아닌가요?" 가족 간 분쟁을 상담하다 보면 가장 빈번하고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이 바로 부모가 자녀나 자녀 부부에게 건넨 '목돈'의 성격이다. 화목할 때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혼이나 상속이라는 파국과 마주하는 순간 이 돈은 가족의 가슴을 찌르는 비수로 돌변한다. 돈을 건넨 쪽은 "빌려준 돈(대여)"이라며 반환을 요구하고, 방어하는 쪽은 "그냥 주신 돈(증여)"이라며 맞선다. 과연 법원은 이 진실 공방을 어떻게 판단할까.
가장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은 대여와 증여를 가르는 결정적 잣대인 '구체적 반환약정'의 존재 여부다. 우리 법원의 태도는 냉철하고도 확고하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는 부양비 지원이나 사전증여 등 다양한 명목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이 사회 통념에 부합하므로, 단순히 '자녀 계좌로 돈을 이체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대여를 단정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증여라고 다투는 순간, 대여를 주장하는 측이 송금 당시 '동일 금액을 반환하기로 하는 구체적 반환약정(소비대차의 의사합치)'이 있었음을 엄격하게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이때 "성공하면 갚겠다", "여유가 될 때 조금씩 갚겠다"는 식의 대화는 도의적 책임감의 표현일 뿐, 법적 구속력 있는 반환약정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이러한 잣대는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국면(민법 제839조의2)에서 더욱 날카롭게 적용되어, 분쟁이 시작된 뒤 사후적으로 만들어진 대여금 주장은 매우 엄격하게 배척된다. 혼인 기간 내내 이자 지급이나 반환 독촉이 단 한 차례도 없다가 이혼 소송이 개시되자 돌연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 법원은 그 진정성을 강하게 의심한다. 특히 부부의 재산분할 협의나 조정 과정에서 해당 금원이 '부채' 항목으로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대여 주장을 탄핵하는 결정적 약점이 된다. 반면 부모가 넉넉지 않은 형편에 대출까지 받아 자금을 마련해 준 정황, 지급 당시 작성된 차용증, 그리고 정기적인 원리금 상환 내역이 명확하다면 대여로 인정되어 부부 공동채무로 정리될 수 있다.
만약 이 돈이 대여가 아닌 '증여'로 판가름 나면, 상속 단계에서는 민법 제1008조에 따라 '특별수익(상속분의 선급)'이라는 또 다른 전장으로 무대가 옮겨진다. 부모가 자녀에게 건넨 거액의 주택구입자금이나 사업자금은 통상 특별수익으로 분류되어, 훗날 유류분 반환청구의 표적이 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여기서 상속인 사이의 형평을 고려한 의미 있는 예외를 인정한다. 즉, 생전 증여에 상속인의 각별한 부양이나 특별한 기여에 대한 '대가'적 성격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를 일률적으로 상속분의 선급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형평에 반하므로 특별수익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판시한다(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다230083 판결 등). 장기간 부모의 병간호를 헌신적으로 도맡거나 치료비를 전담한 자녀가 받은 돈은 단순한 공짜의 호의가 아니라, 부양과 기여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지켜낼 수 있는 셈이다.
결국 가족 간 금전 거래의 법률적 리스크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해법은 '명확함'이다. 대여로 인정받으려면 돈이 오가는 당시에 변제기와 이자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차용증(처분문서)을 작성하고, 이체할 때에는 소액이라도 용돈이 아닌 '변제'임을 증명할 수 있는 금융 내역이나 메시지 등 객관적 정합성을 갖추어야 한다. 소송이 임박해서야 사후에 급조한 엉성한 차용증은 오히려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독이 될 뿐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남이냐"며 덮어둔 헐거운 거래는, 훗날 가족 전체를 무너뜨리는 분쟁의 뇌관이 되어 돌아온다. 진정으로 자녀의 앞날과 가족의 평화를 바란다면, 사랑할수록 거래의 성격을 투명하고 냉철하게 남겨두어야 한다. 그것이 예기치 못한 파국으로부터 소중한 일상을 지켜내는 가장 완벽한 예방책이다.
노종언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