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로 농축 우라늄 가져온다던 트럼프, 이란 반발에 사실상 양보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2026. 5. 27.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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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협상]
이란 “우라늄 美 반출은 불가” 고수… 빠른 종전 위해 현지 폐기 등 논의
美강경파 “치명적 손실 부를 수도”
이란, 美에 240억 달러 자산 해제 요구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를 맞아 25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가운데)이 J D 밴스 부통령(왼쪽),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왼쪽에서 두 번째)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명 용사의 묘에 헌화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을 현지 혹은 제3국에서 폐기하는 방안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알링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이란이 보유한 440kg의 고농축 우라늄을 이란 내에서 폐기하거나 제3국으로 반출한 뒤 폐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 미 지상군을 투입할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이 우라늄을 사실상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란과의 빠른 합의를 위해 사실상 한 걸음 물러선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이란과의 협상에서 핵심 쟁점인 핵 문제를 놓고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전쟁 장기화와 고유가로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과 집권 공화당이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자 이를 타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이란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능력 제거’를 이번 전쟁의 목표로 내세운 만큼, 농축 우라늄을 이란 밖으로 반출시키지 못할 경우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중동 이슬람 주요국의 외교 정상화가 핵심이며 집권 1기 시절 최대 성과로 꼽히는 ‘아브라함 협정’에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파키스탄, 튀르키예 등을 추가시킬 뜻을 밝혔다. 친(親)이스라엘 성향이며, 이란에 대한 강한 대응을 강조해 온 공화당 내 강경파를 달래려는 시도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진단했다.

● 美, 빠른 MOU 타결 위해 한 걸음 물러선 듯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 양측이 모두 봉쇄 중인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등을 담는 데 거의 합의했다. 다만 MOU에 미국은 이란이 우라늄을 양측이 합의한 방식에 따라 폐기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담기를 원한다. 반면 이란은 핵 관련 세부 사안은 MOU 체결 후 60일 내에 이뤄질 추가 협상에서 논의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우라늄 처리 문제는 양측의 합의 타결을 어렵게 하는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내 우라늄 폐기 허용’을 거론한 건 MOU에 핵 의제를 어느 정도 구체성 있게 담아야 한다는 주장에 이란이 동의하게끔 만드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등 이란 수뇌부는 우라늄을 미국이 확보하겠다는 것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전쟁 전 이란이 한때 우라늄 비축분의 약 절반을 해외로 반출할 의향을 비쳤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이란 공격을 위협한 후 강경한 입장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양측 입장이 팽팽한 상황에서 미국이 ‘이란의 핵 능력 억제’라는 기조는 유지하되 우라늄 폐기 장소에 있어서는 유연함을 보이는 건 이란의 자존심을 적절히 세워주는 절충안이란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뉴욕포스트에 이란이 우라늄을 파키스탄, 튀르키예, 러시아, 중국 등 이란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로 보내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국과 이란 모두의 체면을 살리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이 현지에서 농축 우라늄을 대폭 희석한 뒤 계속 보유하도록 허용하는 것도 두 번째 선택지로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란이 자국 내에서 우라늄을 희석하거나 폐기하는 방안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큰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당장 집권 공화당 내 강경파와 친이스라엘 진영에선 이란에 언제든 핵을 재개발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25일 CNN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휴전, 이번 협상은 모두 실수”라며 “미국에 치명적인 손실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트럼프, 아브라함 협정 확대 추진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중동 주요국 지도자와의 전화 회담에서 이슬람 주요국과 이스라엘의 ‘아브라함 협정’ 체결이 의무화돼야 한다며 사우디와 카타르에 먼저 가입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란의 협정 참여 또한 가능하다며 “많은 (중동) 지도자가 이란의 협정 참여를 영광으로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20년 8월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과 맺은 협정으로 외교 관계 정상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수단, 모로코, 카자흐스탄 등이 추가로 참여했다. 이번 합의가 이란 핵 문제를 즉각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 확대를 통해 외교 성과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26일 이란이 미국에 총 240억 달러(약 36조 원) 규모에 달하는 동결 자산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MOU 체결 직후 120억 달러, 핵 문제와 종전 세부 사항을 본격 논의하는 향후 60일 동안 나머지 120억 달러에 대해 해제해 달라는 것이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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