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의 역사처럼 쓸쓸하나 아름다운 곳"… 1인 출판사가 경험한 파주출판단지

최다원 2026. 5. 27.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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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출판단지 30년, 변화의 기로에 서다]
<하> 입주업체들이 그리는 미래
지난해 사무실 낸 김진형 먼곳프레스 대표
파주출판단지에 대한 애정 가득하지만
"출판인 위한 지원·인프라 적은 한계 뚜렷"
출판·예술인 교류 경험 통해 시너지 체감
"세계적 국제도서전 품은 도시로 성장하길"
김진형 먼곳프레스 대표가 8일 파주출판단지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본보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8일 파주출판문화정보국가산업단지(파주출판단지)에서 만난 김진형 먼곳프레스 대표는 2시간가량의 인터뷰 동안 "아름답다"는 표현을 수차례 사용했다. 편집자 경력 23년 중 3분의 1을 파주에서 보내고 있지만, 출판단지는 여전히 경탄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라는 거다. "서울에서 일하며 감리 때문에 파주에 갈 때도 여행하는 느낌이었거든요. 이곳에 대한 선망이 있었죠."

단지와 가까운 쪽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파주 근무는 필연처럼 느껴졌다. 지난해 아카넷에서 나와 1인 출판사인 먼곳프레스를 차리면서 파주에 사무실을 구했다. 서울에서 포착할 수 있는 최신 트렌드의 이점을 모르지 않지만, 시류만 좇는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 또한 출판의 생리. 파주출판단지의 생태친화적 조경을 특히 좋아한다는 김 대표는 지근거리에서 이뤄지는 예술인들과의 교감도 장점으로 꼽는다.

하지만 다른 출판인들에게 자신과 같은 애정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는 게 김 대표의 솔직한 고백. 파주에서 구인난을 겪다가 서울로 사옥을 옮긴 동료들이 겪었던 고충을 모르는 게 아니다. 그는 "출판산업이 침체를 겪는 와중에 고용·노동 환경도 악화하면서 뛰어난 편집인들이 업계를 떠나고 있는 상황이니, 이사를 감내하면서까지 파주출판단지로 오려는 이들이 줄어드는 건 자연스럽다"고 짚었다.

파주출판단지에 활력을 불러일으키려면 무엇보다 "일하는 사람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김 대표가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출판인들이 낙심을 어디서 푸느냐, 바로 모임이에요. 송년회 같은 일회성 행사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작가나 해외 연사를 초청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라든지 외국 출판 흐름을 공부할 수 있는 독서모임 같은 게 큰 동기 부여가 돼요."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공유 서재 데이터베이스(DB), 외서 및 최신 논문 열람 시스템 등 출판 업무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인프라 구축도 김 대표가 파주출판단지에 바라는 점 중 하나다. 김 대표는 "현재는 파주에서 일하는 편집자가 광화문 대형 서점까지 가서 신간을 확인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외부인을 위한 축제도 좋지만, 출판인을 위한 환경을 적극 개선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명필름이 2023년 파주출판단지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 '싱글 인 서울' 개봉을 앞두고 출판인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연 일은 그에게 복합문화도시로서 단지의 역량을 확인한 장면으로 기억됐다. 같은 해 강맑실 사계절 출판사 대표, 이현풍 작가,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등과 함께 출판단지 소식지 '북시티'를 펴냈던 경험을 두고는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시너지의 형태가 아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올해로 출판도시 명명 31주년을 맞는 파주출판단지에 대한 감상을 내처 물었다. "오래된 출판의 역사처럼 쓸쓸하고 외롭지만 몹시 아름다운 곳"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같이 저작권 거래가 주가 되는 국제도서전이 이곳에서 열렸으면 좋겠어요. 이 얘기를 하면 지인들은 '파주엔 코엑스가 없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곳에도 훌륭한 공간은 얼마든지 있어요."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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