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고가 철거 중 상판 붕괴… 3명 사망

최연진 기자 2026. 5. 2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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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장·감리단장 등 숨져
작업자 2명·행인 1명은 부상
26일 오후 2시32분께 붕괴 사고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 철거 현장에서 26일 구조물 붕괴 사고가 발생해 시공사 현장소장 등 3명이 숨지고 작업자 2명이 다쳤다. 현장 인근을 지나가던 서울 서대문구 소속 공무원 1명도 부상당했다.

서소문 고가는 중구 중림동과 서소문동을 잇는 길이 570m, 왕복 4차선 고가도로다. 1966년 개통했다. 노후화로 콘크리트 파편이 떨어지는 등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작년 9월부터 철거 공사를 하고 있다. 오는 7월 공사를 마무리하고 2028년 새 고가를 개통할 계획이다.

사고가 발생한 건 이날 오후 2시 33분쯤이었다. 서울시는 “이날 새벽 철거 작업을 하던 도중 상판(슬래브)이 2.9㎝ 내려앉았다”며 “작업을 중단한 뒤 오후 2시부터 안전 진단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갑자기 거더(상판을 떠받치는 보)가 끊어지며 상판과 비계(작업자가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임시 구조물)가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콘크리트 잔해가 고가 아래 경의중앙선 선로를 덮쳐 서울역~수색역 구간의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직후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꾸리고 작업 중지 조치를 내렸다. 서울경찰청은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서울시는 사고 수습과 유가족 지원 등을 위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했다.

6·3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사고 직후 선거 운동을 중단하고 현장을 찾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원인을 엄정히 조사하고 추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철저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래픽=양인성

◇새벽 철거 때 상판 내려앉아… 안전진단 중 V자로 휘며 도로 덮쳐

시공사는 중견 건설사인 흥화건설이다. 올해 시공 능력 평가에서 전국 83위에 올랐다. 감리는 수성엔지니어링이 맡았다.

철거 공사는 고가 위에 절단 기계를 놓고 상판을 절단한 뒤 크레인으로 들어 옮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현재 공정률은 87.19%다. 고가 양쪽 부분은 이미 철거했고 마지막으로 사고가 난 경의중앙선 선로 위 구간을 철거하고 있었다. 이 구간은 전철과 KTX가 다녀 새벽에만 철거 공사를 해왔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사고가 난 26일도 오전 1시 30분쯤부터 절단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오전 2시 30분쯤 상판 일부가 2.9㎝가량 내려앉은 사실을 작업자들이 발견했다. 시공사는 작업을 중단하고 이날 오후 2시부터 안전 진단을 실시했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안전 진단에는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공무원들과 시공사 현장소장, 감리단장, 구조기술사 등 9명이 참여했다.

9명 중 5명은 비계(작업자가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임시 구조물)에 올라가 상판 아래 거더(상판을 떠받치는 보) 부분을 점검하고 있었고 4명은 지상에서 상황을 보고 있었다고 한다. 이 외에 안전 진단에 참여하지는 않은 작업자 3명이 주변에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거더가 갑자기 끊어지면서 상판과 비계가 무너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비계 위에 있던 5명은 약 6m 아래로 추락해 매몰됐다. 출동한 소방대원이 이들을 구조했으나 60대 현장소장 이모씨와 50대 구조기술사 이모씨는 숨졌고 60대 감리단장 안모씨는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사망했다. 나머지 2명은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콘크리트 잔해가 고가 옆을 지나가던 서대문구 소속 트럭을 덮치면서 30대 서대문구 공무원 구모씨도 부상을 입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구씨는 선거 벽보를 확인하러 지나가다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26일 오후 2시 33분쯤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 철거 현장에서 구조물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고가 상판 일부가 종잇장처럼 내려앉았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매몰된 작업자를 구조하고 있다. 이날 사고로 시공사 현장소장 등 3명이 숨지고 작업자 2명이 다쳤다. 현장 인근을 지나가던 서울 서대문구 공무원 1명도 부상당했다. /연합뉴스

당시 보안 카메라 영상을 보면, 고가 북쪽 상판 일부가 종잇장처럼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불꽃도 튀었다. 목격자들은 “전쟁이라도 난 듯 ‘쿵’ 하는 굉음이 났고 땅이 흔들렸다” “고가 상판이 ‘V’ 자 모양으로 휘어지면서 순식간에 무너졌다”고 했다. 사고 현장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창태(67)씨는 “뿌연 흙먼지가 순식간에 가게 앞까지 밀려와 앞을 볼 수가 없었다”고 했다.

지은 지 60년 된 서소문 고가는 수시로 안전 문제가 불거졌다. 2019년 3월에는 가로 1.8m, 세로 1.6m, 두께 6㎝ 크기의 콘크리트 파편이 고가 아래로 떨어졌다. 당시 지나가는 차량이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사고 직후 실시한 정밀 안전 진단에서 A~E 등급 중 D등급(미흡)을 받았다. D등급은 급하게 보수 작업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를 말한다. 2021년에도 콘크리트 파편이 고가 아래로 떨어졌다. 서울시는 여러 차례 보강 공사를 했으나 근본적인 구조 개선엔 한계가 있었고 2023년 고가를 철거한 뒤 새로 짓기로 했다.

이날 사고에 대해 토목·안전 전문가들은 “붕괴 위험 때문에 철거하던 중인데 안전에 더욱 신경 써야 했다”며 “무리하게 공사를 하지는 않았는지, 작업 순서를 지켰는지 등을 확인해 봐야 한다”고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서소문 고가는 안전 등급 D등급을 받은 시설이라 언제 붕괴해도 이상하지 않다”며 “지지대 등 안전 장치를 제대로 설치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이날 새벽 상판이 내려앉은 것은 붕괴의 전조 현상이었을 가능성이 큰데, 별도 조치 없이 안전 진단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시공사가 시설물의 노후 정도를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철거 공사 전에 구조물 안전 진단을 제대로 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해체 과정에선 순서 하나만 어긋나도 구조물이 연쇄적으로 붕괴할 수 있다”며 “해체 계획서가 잘못 작성된 것은 아닌지, 작업자들이 계획에 따라 제대로 작업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코레일은 “27일부터 서울~행신 구간의 열차 운행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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