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중동전쟁 틈타 우크라 연일 폭격… “외국인 빨리 떠나라”
이틀간 사상자 100여명 달해
키이우에 대규모 공습도 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수위를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전략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틈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외무부는 25일 “키이우(우크라이나 수도) 시내의 드론 관련 시설과 의사 결정 기관 및 지휘소를 겨냥해 체계적 공습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교 공관 직원과 국제기구 대표부 인력 등 외국인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키이우를 떠나라”고 경고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키이우 주재 미국 외교관들을 대피시킬 것을 권고했다.
앞서 러시아는 24~25일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의 22개 지역을 겨냥해 미사일 90발과 드론 600기를 발사했다. 이번 공격에는 핵탄두 탑재도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 ‘오레시니크’도 동원됐다. 이 공격으로 키이우 등에서 최소 16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키이우를 겨냥한 최대 규모의 단일 공격이었다”고 밝혔다. 줄리 데이비스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 대리는 대사관 공식 X에 러시아 공격으로 파괴된 도시 사진을 올리고 “박물관, 지하철, 주거 건물 광범위하게 파괴됐다. 민간에 대한 고의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 이 전쟁은 끝나야 한다”고 썼다.
러시아는 이달 초 전승절 휴전이 끝나자마자 우크라이나 전역에 연일 대규모 공습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 22일 러시아 점령지인 루한스크 스타로빌스크의 대학교 기숙사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아 학생 16명이 사망한 이후 공세 수위를 대폭 높였다.

러시아가 전례 없는 규모로 우크라이나를 공습하면서 추가 공격까지 예고한 것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이목이 이란에 쏠린 상황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분석 기관인 ACAPS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 이후 중동 지역에 패트리엇 등 방공 체계가 집중 투입되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탄도미사일 공격 방어에 의존해 온 요격미사일 공급망도 급격히 흔들리게 됐다”고 했다.
실제로 미·이란 전쟁 초기 2주 동안 소진된 방공 요격 미사일 규모는 전 세계 연간 생산량의 두 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은 우크라이나가 방공 미사일 추가 재고를 확보하기 전 대규모 공습을 통해 타격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러시아의 공습 예고에 대해 “파렴치한 협박”이라며 동맹국들에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달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전쟁 발발 후 빠르게 발전한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전력이 러시아에 치명적 위협으로 떠오르면서, 러시아가 물량 공세를 퍼붓는 방식으로 전쟁 주도권을 되찾으려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이달에만 러시아 석유 시설 11곳을 타격했고, 이 여파로 일부 정유 공장은 가동을 중단하거나 원유 처리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연방 예산의 약 30%를 석유·가스 부문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기반 시설이 타격을 입을 경우 전쟁 자금은 물론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대량의 드론과 강화된 순항미사일 등 장거리 전력을 앞세운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공습 작전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무기고가 커질수록 러시아는 엄청난 딜레마에 휩싸이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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